두만강이 기억하는 함경북도 사람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이 노래 아실지 모르겠네요.김정구 선생님이 불렀던 노랜데…”두만강 뗏목놀이소리 김길자 보유자가 국민가요‘눈물 젖은 두만강’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함경도 개마고원蓋馬高原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나무가 우거진 산들이 있었어요.”개마고원은 함경남북도와 평안남북도 일대에 걸쳐 펼쳐진 아주 넓은 고원지대이다. 개마고원에 흐르는 물을 모아서 장진강長津江수력발전소를 비롯한 발전소가 운영되기도 했다.“개마고원에서 원목原木을 벌채伐採해서‘소발귀’라는 썰매로 백두산 동남부(함경북도 북서부)에 있는 해발 1500미터 이상이 되는 무산고원茂山高原하구, 삼장三藏까지 운반했다고 해요.”삼장까지 운반된 나무를 뗏목으로 묶어 두만강에 띄워 다시 운반하였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각 작업 과정별로 수많은 노래를 불렀다. 지금까지 전승되는 두만강 뗏목놀이소리는 그렇게 형성되었다.

시대가 만들어낸 애환의 소리, 두만강 뗏목놀이소리

이름 그대로 두만강 일대에서 벌목, 뗏목제작, 목재운반 등의 노동을 하면서 불렀던 우리 노래,‘두만강 뗏목놀이소리’. 한 아름이 넘는 원목을 벌채하고 운반하는 일은 힘도 들고 목숨을 걸만큼 위험하다.“일꾼들은 두만강 뗏목놀이소리를 만들어 애환 섞인 목소리로 애절하게 부르면서 현실을 이겨냈던 거지요.”일도 힘들었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은 처참했을 것이다.“원목을 삼장에서 두만강으로 띄워 동해에 닿으면 배나 동해안 철로를 따라서 부산에서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고 해요.”일본은 개마고원뿐만 아니라 압록강쪽, 만주 송화강松花江쪽에서도 백두산의 울창한 나무를 벌채해 갔다. 이처럼 노동요로 불린 두만강 뗏목놀이소리는 노동의 고됨을 덜기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탈피하려는 애환의 소리였던 셈이다. 함경도의 민요가 애절함이 많이 배어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두만강 뗏목놀이소리의 생명력

“몇 사람의 실낱같은 도움으로 이어져 왔어요. 두만강 뗏목놀이 소리는 실향민들이 외롭게 전승해온 소리에요. 사람들의 관심이 항상 아쉬웠던 게 사실이에요.”김길자 보유자를 비롯한 함북민속예술보존회 에서는 2007년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서 펼쳐진 제48회 한국민속 예술축제에서‘두만강 뗏목놀이소리’를 공연하였고, 같은 해 함경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어르신들이 정말 기뻐했죠. 이제는 북녘의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후계자 양성을 위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그녀의 이와 같은 걱정은 지금 이 소리를 전승하는 분들이 모두 1세대로, 70대 중반에서 80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맥을 이어갈 젊은 세대의 참여는 이북5도 무형문화재 전승의 핵심이 될 것이다. 뗏목을 타고 남녘으로 내려온 소리의 생명력을 기대해 본다.

글. 황경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사진. 문화재청, 두피디아

출처: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