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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두 차례나 직접 박물관을 방문하고 제주도에서도 수차례 설득했다. 그럼에도 매각거부 의사를 고수해 매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화재청)
“골칫덩이를 억지로 처리하는 듯 한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거짓된 여론몰이로 몰아붙인 현실이 심히 유감스럽다. (제주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
문화재청과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이하 평화박물관)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004년 제주 가마오름 동굴진지에 건립된 평화박물관은 최근 운영난을 겪으며 정부와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다. 3단계로 예정된 매각 협상 중 2단계가 완료됐고, 마지막으로 박물관 건물과 소장유물에 대한 매각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평화박물관 측이 지난 4월 16일 정부에 박물관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매각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박물관 측은 건물과 소장유물에 대한 평가액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은 지난 25일(목) 기자회견을 열어 “감정평가가 합리적으로 진행됐는지, 감정평가 과정에서 담합은 없었는지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즉각 수습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이튿날인 26일(금) 해명자료를 통해 “감정평가업체 선정과 관련해 박물관에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했으나 답신이 없었다”며 “문화재 가치를 평가한 이력이 있는 감정업체가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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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박물관이 문화재청과의 1,2단계 협상에서 매각한 등록문화재 제308호 ‘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 |
쟁점① 감정평가기관
“두 업체 감정가 같은 게 말 되나” vs “객관적인 감정평가였다”
평화박물관 측이 매각 거부의사를 밝힌 결정적인 이유는 박물관 내 화장실에 대한 감정 문제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1년 전에 3억 1500만원을 들여 준공한 화장실의 감정가가 7517만 4000원에 불과했다는 것. 감가상각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감정가라는 게 박물관 측의 주장이다.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은 《유니온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준공한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정부가 지정한 두 감정평가기관이 똑같은 금액으로 평가했다. 담합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 뻔히 보인다”며 “국가에서 지정한 전문 감정평가법인이 두 곳 있었다면 우리 쪽 사람도 한 명은 넣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감정평가 선정과 관련해 사전에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했으나 박물관 측에서 아무런 답신이 없어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우리 쪽 사람도 한 명은 넣었어야 한다”는 박물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문화재 가치를 평가한 이력이 있는 국내 전문감정평가법인이 공정하게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쟁점② 선친 묘지
“선친묘지 때문에 매각 거부” vs “서운함 토로한 것 뿐”
문화재청은 26일 해명자료에서 “이영근 관장이 선친의 묘지를 제외해 달라는 요청이 거절되자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매각 부지 중에는 이영근 관장 부친의 묘지 121평도 포함됐다. 이 관장은 선친 묘지만 제외하고 팔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지만 문화재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선친묘지 제외 건이 매각 거부 사유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으나 이영근 관장은 서운함을 토로한 것뿐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영근 관장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간적인 서운함을 표출했던 것뿐이다. 문화재청에서 완강하게 거부해 속상하지만 포기했다. 선친묘지 문제로 매각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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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박물관 측이 《유니온프레스》에 제공한 계약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 모 회사는 20억엔에 평화박물관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공=평화박물관) |
쟁점③ 소통 부재
“골칫덩이 처리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 vs “설득 위해 노력했다”
매각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다.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은 “박물관의 터무니없는 저가 평가금액에도 합의점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문화재청과 제주시 관계자가 ‘모 부서에서는 일본에 (박물관을) 팔아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하는 등 골칫덩이를 억지로 처리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이영근 관장은 정부가 박물관 매입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자 일본의 한 컬설팅 회사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본 측에서 제시한 금액은 20억 엔.(사진 참조) 당시 환율로 28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일제침략 역사를 알리기 위한 박물관이 일본에 매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정부에서 약 50억 원에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일본에서 제시한 금액과 우리 정부가 평가한 금액의 차이가 컸던 만큼 시작단계부터 불안한 요소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 관장은 문화재청과 함께 협상을 진행한 제주도 측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장은 “협상 과정에서 내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비서실, 기획실장실을 찾아 우근민 제주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도청의 문턱이 높음을 실감했다”며 소통 단절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에 관련해 문화재청은 “문화재청 관계자가 두 차례 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설득하고, 제주도가 수차례 설득과 의견 조회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매각거부 의사를 고수했다”면서 정부도 매입 협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