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 15일 부산시청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시립미술관 부설 이우환 갤러리 건립' 협약식. 세계미술계의 거장 이우환(77) 화백을 기념하는 갤러리를 한국 최초로 부산에서 건립하기 위해 협약식을 갖는 자리였다. 이 화백은 "허남식 부산시장의 전시관 건립에 관한 의지와 부산사람의 정성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시는 3년 이상 공을 들여 대구 등 다른 도시를 따돌리고 이 화백 마음을 잡았다.
장면 2. 지난 19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제229회 임시회 행정문화위원회 업무보고. 질의에 나선 권오성(동래2) 의원은 이갑준 문화체육관광국장에게 "계장 이하 직원들은 회의실에서 나가게 하고 과장 이상만 남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이 자리를 뜨자 권 의원은 "2010년부터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문화재 관련 조직과 인력 증원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그때마다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하고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는 시의회와 시의원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존하지도 못하는데 새로운 문화를 어떻게 창조하느냐"고 이 국장을 몰아세웠다.
이 두 장면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허 시장은 지난 3월 '함께해서 행복한 문화도시'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을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런 점에서 장면 1의 이우환 갤러리 건립은 문화도시 부산을 더욱 빛나는 업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문화도시 이미지를 한껏 높이는 풍경이다.
그렇다면 장면 2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권 의원은 자신의 말처럼 2010년부터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문화재 관련 전문 인력과 조직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 조직 개편과 관련해 문화재과 신설이나 기존 문화재계 외에 관련 계 추가 설치를 꾸준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때마다 시는 검토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해마다 문화재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업무가 폭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시의 문화재계에 전문가는 한 명뿐이다. 이 같은 현상은 17년째 요지부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창한 문화재 정책 수립은 고사하고 기존 문화재 보존·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시는 이번 달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해 문화예술과 내에 문화산업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같은 과에 소속된 문화재계는 학예사 한 명을 보강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오는 10월께 선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시의 엇갈린 행보는 '함께해서 행복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아직은 궁색해 보이게 한다. 문화재처럼 힘들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는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시는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구 대청동에 자리 잡은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매입 문제다. 2011년 허 시장이 직접 검토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최근 부산의 옛 문화·역사 중심지인 중구 일대에 거가거가(巨歌巨街)를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거가거가 조성의 핵심인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문제는 부산이 문화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출처:국제신문
기사원문보기: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30729.2202620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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