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보존 논란...'울산 물 부족' 대책은 없나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을 두고 1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논란의 핵심은 사연댐 3만톤의 물이다.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기존 60m에서 52m로 낮추면 하루 약 3만톤의 상수 원수가 줄어들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며 문화재청의 '수위조절안'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사연댐 수위 조절로 줄어드는 3만톤의 원수 부족분을 낙동강 물로 보충하는 것도 수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사연댐의 수위를 현 상태로 유지해도 앞으로 7년 뒤 2020년에는 울산의 생활용수(식수) 부족은 더욱 심화된다.

울산시의 주장을 인용하면 혁신도시, 강동권 개발 등에 따른 물 수요 증가로 2020년에는 생활용수 일일 소비량이 현 33만톤에서 40만톤까지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울산시는 향후 예측되는 생활용수 부족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 2020년 생활용수 부족...외부 추가 공급 불가피

울산시의 예측대로 2020년에 울산지역 생활용수 소비량이 일일 40톤으로 늘어날 경우 현재보다 하루 약 7~8만톤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다.

울산시의 주장을 따르면 현재 사연댐 15만톤, 회야댐 12만톤, 낙동강 6만톤의 물(원수)을 공급받아 하루 33만톤의 생활용수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울산시는 향후 예측되는 물 부족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었다고 울산시 관계자는 전했다.

우선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지역 4곳에 2~3만톤을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 댐 건설이다.

하지만 잘못된 위치 선정과 비싼 개발 단가 등의 이유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불가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태화강 강변 여과수 활용, 회야댐 담수증가 사업 등도 현실성 결여로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포기했다.

“소규모 댐 건설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취수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고 개발 단가가 너무 높게 나와 지역내에서 추가적인 원수 확보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래서 차선책으로 낙동강 물을 공급받아 부족한 생활용수를 충당하게 됐다”

울산시상수도본부에 근무했던 울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관계자는 "향후 예측되는 추가적인 물 부족에 대비한 울산시의 현실적 해결방안은 외부에서 추가적으로 원수를 공급받는 것 외에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지 않더라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외부에서 하루 7만톤의 물을 끌어와야 된다는 것.

울산시의 주장대로 현재 하루 6만톤의 낙동강물을 공급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3만톤 가량의 원수를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된다는 결론이다.

◇ 울산시 2015년까지 일일 42만톤 고도정수 처리

울산에는 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2곳의 정수장이 있다. 울주군 범서읍 천상정수장과 청량면 회야정수장이다.

이곳에서 매일 약 32~33만톤의 식수를 울산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천상정수장과 회야정수장에서는 현재 고도처리시설 확충 또는 개선 공사가 한창이다.

예산 153억원을 투입해 천상정수장에 추가로 신설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연말에 토목 공사에 착수, 2015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현재 일일 6만톤에 불과한 고도정수 처리용량이 28만톤으로 확대된다.

또한 회야정수장은 2011년부터 예산 550억원을 들여 기존 고도정수시설의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시설 개선 공사가 올해 연말에 완료되면 회야정수처리장의 고도정수 처리용량은 현재 하루 15만톤에서 27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보통 최대 처리용량의 70~80%를 실질적인 공급 가능량으로 본다.

따라서 울산시는 2016년부터 천상정수장과 회야정수장을 통해 매일 약 42만톤의 고도정수처리된 식수를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2020년에 예측되는 하루 물 소비량 40만톤을 넘어서는 처리용량이다.

문제는 고도정수처리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식수용 원수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앞으로 추가적인 원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42만톤 규모의 고도정수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자칫 식수대란을 불러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 울산시 관계자 “대암댐 물 식수 부족 최후 보루”

지난 1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울산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향후 물 부족에 대비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015년 완공되는 천상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에 소요되는 원수를 사연댐 물로 모두 채울수 없을 경우 결국 대암댐 물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 대암댐 물은 울산시 식수의 최후 보루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천상정수장에 공급되는 사연댐 물이 부족하면 대암댐 물을 공급받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울산 시민들에게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향후 천상장수장 물 수요량이 늘어나면 그 만큼 대암댐 물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이 입수한 수자원공사의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면 울산시는 2008년을 제외하고 2009년 535만7000톤, 2010년 258만4000톤, 2011년 146만9000톤, 2012년 59만3000톤의 대암댐 물을 천상정수장으로 공급받아 울산 시민들에게 식수로 공급했다.

공업용수로 낙동강에서 공급되는 대암댐 물을 울산시는 그동안 부족한 사연댐 물을 보충하기 위해 수시로 빼내 천상정수장에 공급한 것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업용수지만 대암댐에 공급되는 낙동강 물은 회야댐에 식수용 원수를 공급하는 원동취수장에서 보내지기 때문에 수질이 동일해 식수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가 '공업용수용' 대암댐과 '식수 생산용' 천상정수장에 송수관을 연결한 이유도 설명되는 것이다.

대암댐 물을 식수용으로 공급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천상정수장 관계자의 말은 울산시가 왜 고도정수처리시설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정수기물 수준으로 깨끗해진다. 원수가 1급수든 낙동강물처럼 2,3급수든 마찬가지다”며 “고도정수처리한 울산의 생활용수 수질은 전국 최고”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수장에 공급되는 원수(물)만 확보되면 수질이 낙동강물처럼 다소 떨어지더라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시민들에게 '정수기 물' 수준의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낙동강 물 거부는 고도정수 능력의 자기 부정”

이처럼 울산시가 고도정수처리시설 확충에는 적극 나서면서 '수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낙동강 물의 추가 공급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울산시가 청정수원을 확보하려는 진정성은 이해가 된다"고 전제한 울산 A구청 관계자는 "낙동강물이던 운문댐 물과 같은 1급 청정수원이던지 반드시 정수 과정을 거쳐 먹는 물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은 뒤 시민들에게 식수로 공급된다"며 "울산시가 낙동강 물을 추가로 받지 않겠다는 논리는 전국 최고 수준의 고도 정수 능력을 가진 울산시의 자기 부정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낙동강 물을 원수로 울산지역에 공급하는 원동취수장의 수질이 사연댐이나 회야댐 물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뉴스1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1년간 원동취수장의 원수 수질(COD 기준)은 사연댐이나 회야댐 물보다 오히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수질연구소가 매달 공개하는 회야댐·사연댐 원수와 낙동강 물을 수원으로 하는 원동취수장 원수의 최근 1년간 C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를 비교한 결과, 회야댐 원수 3.82ppm, 사연댐 원수 4.22ppm, 원동취수장 원수 3.55ppm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연댐은 상류 지천에 오염원이 대거 들어온 반면 낙동강 물은 국가 예산을 집중 투자해 수질 개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로 분석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지역내 낙동강물 추가 공급과 관련한 일반의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가장 많은 낙동강물을 공급받았던 때를 2009년으로 기억한다. 그때 하루 평균 10만톤이 넘는 낙동강 물이 유입돼 식수로 공급됐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50여 가지가 넘는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도록 정수 과정을 거쳐 시민들에게 수돗물이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봄 가뭄이 심했던 2009년에 회야댐(3281만톤)과 대암댐(535톤)을 통해 모두 3821만톤의 낙동강 물이 울산으로 공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시민들이 하루 10만톤 이상의 낙동강물을 소비한 셈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었을 때 예상되는 하루 9만톤의 낙동강물 보다 많은 양이다.

또한 하루 평균 낙동강 물 6만톤(연간 2200만톤)을 울산시민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재의 상황과는 다소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수자원공사의 자료를 보면 2010년(1797만톤)을 기점으로 2011년(1541만톤), 2012년(196만톤) 등 낙동강물 회야댐 유입량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4월 초 약 10일간 고작 134만톤 가량의 낙동강 물만 회야댐에 유입됐을 뿐이다.

울산시상수본부 관계자는 “현재 울산의 물 사정은 낙동강 물 유입없이 사연댐(15만톤)과 회야댐(17만톤) 물만으로도 충당이 가능하다”며 “이제 우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낙동강물 유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울산의 경우 필요하면 언제던지 낙동강 물을 공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물(원수)이 부족한 게 아니라 청정수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울산시 탄력적 대응으로 지역 이익 극대화를"

특히 일부 공무원들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과 관련, 울산시가 탄력적으로 대응해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해야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사무관급 공무원은 "행정 조직은 정책을 추구할때 실현 가능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아무리 좋은 최선의 방안도 실현성이 없으면 무슨 소용있냐"며 "실현 가능성 없는 최선보다는 실현 가능한 차선책을 추구하는 게 행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논란과 관련해 "사연댐 수위 조절로 발생하는 부족분(3만톤)은 대암댐 물 공급을 늘려 천상정수장에 이미 설치된 6만톤 규모의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정수기 물' 수준의 깨끗한 식수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면 된다 "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향후 예상되는 울산의 물 부족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청정원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울산시 스스로 낙동강 물을 더 공급해 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면 한시적으로 낙동강 물을 좀 더 먹더라도 2,3급수에 불과한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울산의 오랜 숙원인 1급 청정수원을 확보한다면 당장 반구대암각화도 물에서 건져 내고 장기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1 갬재식 기자jour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