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생존의 역사, 전쟁

‘전쟁’은 시대적인 여러 사건이 어우러지면서 일어나게 되는 참혹한 역사의 순간이다.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단체 간의 무력을 사용한 싸움’을 가리킨다. 짧은 문장으로 요약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수십만의 인명이 걸려 있는 정말 치열하면서도 끔찍한 싸움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의 효용을 이야기하고 뛰어난 전술로 승리한 전투를 미화하더라도 전쟁의 비참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 전쟁이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면 꽤나 자주 일어났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고조선부터이다. 그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있었으리라 추측되지만, 남아 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제외할 수밖에 없다. 고조선은 주변 민족들을 받아들이고 문물을 발전시키면서 성장했다. 고조선의 성장은 한나라에게 위협이 되었고, 결국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으로 고조선은 멸망했지만 한나라도 좋은 상황만은 아니었다. 대규모 군사이동으로 흉노족을 상대하던 지역의 군사력이 약화되었고, 흉노족은 기회를 살려 한나라를 위협하였다. 사실 이 전쟁이 벌어지기까지 과정과 이후의 결과들을 살펴보면 전쟁이란 것이 직접적으로 전투가 벌어진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적 배경, 주변국과의 관계 등이 전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했던 삼국시대의 전쟁

우리나라 전쟁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구려일 것이다. 고구려는 건국 직후부터 주변 소국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결국 고조선 영토를 차지하고 있던 한사군을 쫓아내면서 한나라와 대립했다. 이것은 단순히 두 나라의 대립이 아니었다. 고구려는 부여와 연합한 한나라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한, 예맥, 선비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결국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후에도 고구려는 위나라, 연나라, 수나라와 전쟁을 벌이면서 북쪽에 있는 다양한 이민족과 협력하여 전쟁에 임했다. 물론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세는 고구려가 삼국 가운데 가장 큰 힘을 지닌 국가로 성장하게 만든 저력이었다.

백제는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선진문물을 전해주고 군사력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인다. 역사 기록을 보면 신라 지역에 일본이 자주 침략을 했다. 해적들의 노략질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신라의 성장을 막으려는 백제의 외교적 노력이 담겨 있다.

신라는 강한 국가를 세우기 위해 율령을 반포하고 불교를 공인하면서 나라의 기틀을 잡았고, 화랑제도를 도입해 전투력을 키웠다. 그리고 당나라와 손을 잡았다.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일본까지 주변이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신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당나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신라는 각고의 노력 끝에 당나라를 끌어들였고, 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정세의 변화에 따라 벌어졌던 고려, 조선시대의 전쟁

고려는 후삼국시대의 전쟁이 끝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때 급작스럽게도 거란에 의해 발해가 멸망하고 만다. 고구려 후예를 자처했던 고려는 이를 쉽게 묵과할 수 없었다. 고려 태조가 거란에서 보낸 낙타를 굶겨 죽인 것은 이런 명분 때문이었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은 강감찬 장군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로 끝났다.
고려는 이 전쟁에서 강한 군사력을 보여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몽골의 등장은 고려에 큰 피해를 입혔다. 몽골은 금과 송을 무너뜨리기 위해 먼저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려를 무너뜨려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몽골은 고려를 공격했고, 고려는 수도를 옮기거나 별동대를 조직해 몽골에 대항했다.

이후 조선이 들어서면서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당시 조선은 일본보다 선진문물을 보유하고 있었고 중국과는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조선은 명나라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후 후금의 성장과 명나라의 쇠퇴로 후금의 침략을 받게된다.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병인양요, 신미양요가 있었고, 일본의 침략을 받아 치욕스런 강점기를 보내야 했다. 이제는 단순히 가까이 있는 주변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흐름까지 살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남북이 분단에 이르게 된 이면에도 당시 뛰어난 정치 감각을 지닌인물들의 외교 활동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는 독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한 독립이 아니었기에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힘 있는 열강의 결정을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했다. 그 방향을 이끈 사람들이 바로 이승만과 김일성이다. 이승만은 남한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김일성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운 독특한 국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관계국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 움직임 가운데 가장 극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6.25 전쟁이다.

김일성은 소련(현 러시아)과 중국의 도움을 받아 1950년 6월 25일 남한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난 뒤에 남은 것은 남·북한을 가르는 휴전선이다. 한반도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었고, 산업 기반 시설 대부분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깊은 원한을 가슴 깊이 묻고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격렬한 운동을 통해 얻은 ‘민주화’,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해가는 ‘시민의식’등 경제적·사회적으로 성장하여 우리는 세계 그 어떤 국가에도 당당하게 발언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이런 놀라운 발전이 있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껄끄러웠던 관계도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피고 현 시대의 해법을 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의 일일 수도 있다.

글. 김광일 (역사칼럼니스트) 사진. 문화재청, 두피디아, 연합콘텐츠, 전쟁기념관

출처: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