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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 댐과 관련, 문화재청은 지난 5월 외부전문가들을 불러 두 차례에 회의를 했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서 이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암각화 주변 암석을 훼손하지 않고는 완벽한 방수가 불가능한 점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댐 제안자도 암각화 앞 하부에 깊이 2~4m, 폭 6m 등 암석을 깎아내야 한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구조물과 암석의 접합부에 방수처리를 한다고 끝날 게 아니다. 암각화는 퇴적암이 굳은 이암으로, 층리가 발달된 것이 특징이다. 암각화 바로 하부의 층리에는 50~30㎝ 두께로 길이가 수십m에 이르는 긴 동공 틈새가 강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물이 계속 새어나올 우려가 크다. 예상하는 것보다 공사가 대규모로 커질 우려가 높은 것이다.
본 공사도 문제지만, 사전조사 단계에서도 진동 등에 의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암각화 하부 약 10곳에 70㎝ 직경의 다이아몬드 쇠봉을 모터로 회전시키면서 4m 깊이까지 뚫어 암석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조사, 본 공사에서 심각한 형질변경이 우려되므로 이번 방안은 향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통과가 어렵다고 본다. 언론들도 심의 통과가 부정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심의 통과도 의심스러운데, 이 구조물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6개월에 걸쳐 연구·검토한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필자는 5월 회의에서 정 하겠다면 문화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신청해보는 게 순서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가 구조물 설치를 공식 발표하는 것을 보면, 방안이 제안된 이후 충분히 문제점들을 검토하지 않고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
암각화 주변에 차수벽을 설치하자는 제안은 이미 10년 전에도 나왔다. 키네틱 댐도 그 일종일 뿐이다. 차수벽은 마음만 먹으면 수 개월 안에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암각화 보존방안을 놓고 10여년을 끈 이유는 암각화가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귀중한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주변 암석에 영향을 주지 않고, 역사문화경관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같이 문제의 핵심은 놔두고, 무리하게 봉합하려 들면 반구대 암각화를 더 망칠까 두려워진다.
사실 지난 10여년 동안 암각화 보존책을 위한 토론다운 토론은 없이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자기 주장만 있었다. 일반 국민과 정치권에서도 문제점을 제대로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제가 어렵게 꼬였을 때에는 정공법이 가장 옳은 해답이다. 이 참에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가 나서 끝장토론, 국민대토론회를 마련하길 당부드린다. 울산시의 ‘물 부족’ 주장, 문화재청의 ‘수위 조절안’ 주장의 옳고 그름을 양측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가려야 한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토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옳은 방안을 도출하자는 뜻이다.
만약 울산시의 ‘물 부족’ 주장이 정당하다면,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 능력이 없는 문화재청과 울산시에 떠맡기지 말고 정부가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물 부족’ 해결을 위한 국고 투입이라면 기꺼이 이해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면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문화재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