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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6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훼손을 막기 위해 제안한 '이동식 투명댐' 설치가 반발에 부닥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공약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를 검증되지 않은 투명댐 설치로 해결하겠다는 판단은 성급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은 "사전 검토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반대했음에도 정부가 투명댐 설치를 발표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국보 훼손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임시방편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환경운동연합·문화연대도 성명을 통해 "울산시의 물 부족 상태부터 검증한 후 댐 조성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키네틱 댐(kinetic dam)이 암각화 원형과 경관을 파괴하게 될 것이며 침수를 막기도 어렵다. 예산낭비 없이 해결하려면 사연댐 수위부터 낮추라"고 주장했다.

신석기 시대 유물이자 세계 최초 고래사냥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 이후 연중 7~8개월 물에 잠겨 훼손이 가속화됐지만, 식수난을 이유로 제방을 설치해야 한다는 울산시와 침수원인인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 간의 갈등으로 10년간 방치돼왔다.

문화재청은 해법도출을 위해 지난 5월 이동식 투명댐인 '키네틱 댐' 설치여부를 두고 몇 차례 '반구대 암각화 보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10여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투명댐 설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사전 환경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암각화 바로 앞 모래터에 댐의 철골조를 설치할 경우 암각화 원형과 경관 훼손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구조물이 양쪽 암벽과 맞닿는 곳도 훼손이 우려된다. 또한 수위 변동에 따라 높이 변경이 가능한 투명댐은 이탈리아 로마와 중국 충칭 등 수압이 일정한 습지에 설치된 사례는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처럼 집중호우와 수압변화가 심한 지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환경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투명댐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설익은 해법이다. 전문가들이 암각화 훼손을 이유로 투명댐 건설을 반대하는데도 정부는 3개월 동안 지반조사, 구조안정성 평가 등 기술적 검토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보존방안을 마련하는 게 상식이지만 순서가 뒤바뀌었다. 키네틱 댐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되지 못하거나 지반약화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 암각화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때 투입된 시간과 예산 낭비는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하나. 명분만 앞세운 댐 설치는 환영받지 못할 오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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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댐인가.." 시민단체, 반구대 암각화 정부대책 반대 성명

시민단체들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키네틱(카이네틱) 댐'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는 17일 '결국 또 댐인가? 억지 물 부족부터 검증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제대로 검증도 안된 '카이네틱 댐'을 검토키로 했다"며 "국적 불명의 인공 구조물을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에 실험적으로 사용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무엇보다 댐이 반구대 암각화의 원형과 주변 경관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암각화 앞에 세워질) 이 댐은 역사·문화·자연경관 훼손"이라며 "댐 구조물 설치를 위해 암각화 앞 바닥과 암벽에 타설하는 콘크리트 역시 암각화의 원형과 경관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공약했다"며 "댐 건설은 경관 훼손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통령 스스로 공약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는 "정부는 댐 건설을 위해 최소한의 기본 조사인 울산의 물 부족, 맑은 물 주장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실시한 후, 댐 조성의 국민적 토론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봉합하는 정치 쇼는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이어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 부족은 허위사실이며, 맑은 물 공급 운운하는 것도 거짓임이 밝혀졌다"며 "우리는 (국무총리실·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울산시 사이에 체결한) 협약을 밀양 송전탑 등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지적에 대해 조급증이 도져 졸속으로 협약한 것으로 단정한다"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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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법 두고 찬반 대립 '팽팽'

[오마이뉴스 박석철 기자]

훼손되고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지난 16일 '투명하고 강도가 높은 카이네틱 댐을 설치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는 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 각계에서 찬반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관련기사 :반구대 암각화 보존법 찾았다)

그동안 울산시의 생태제방안(반구대 암각화 앞에 흙으로 제방을 쌓는 것)을 찬성해온 지역 언론과 단체 등은 찬성하고 나선 반면, 그동안 울산시의 토목건설안을 반대하며 댐 수위 조절안을 요구해온 문화계와 환경단체는 절대 불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16일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이 안을 합의했다.

ⓒ 문화재청

울산시장 "식수 손실 전혀 없다는데 의미 둘 수 있다"

우선 지역 언론 등은 17일 이 문제를 1면 주요기사로 다루며 "울산의 청정수원인 사연댐을 그대로 둔 채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보수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변양섭)도 "암각화를 일단 물속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며 울산의 식수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맹우 울산시장도 협약식 후 "카이네틱댐 건설방안은 식수 손실이 전혀 없다는데 우선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우선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연구소 누리집에 밝힌 성명을 통해 "소수전문가들과의 토론과 협의 과정에서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또한 공개적인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며 "댐 설명회에 참석한 토목, 엔지니어 전문가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도 역시 설명회에 참여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나 고위 부서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며 "완전하고 온당한 합의가 아닌 논쟁을 임시로 봉합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이어 "울산은 '물 부족'이 아니며, 맑은 물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며 "울산시의 '울산은 물 부족 상태이며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검증 없이 받아들여져 일방적으로 댐으로 협약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는 밀양 송전탑, 전국의 댐 공사, 진주의료원 등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정 전반의 운영에 위기감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반구대 암각화 보전방법을 이렇게 급하게 임시 봉합을 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얼음에 바늘 대고 망치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라"

울산에서 25년간 토목공사를 해온 전문건설업체 김태남 대표는 "토목 전문가로 봤을 때 이 안은 지난 5000년 역사를 지켜온 반구대 암각화에 욕 먹을 짓"이라며 "반구대 암각화 앞에 쇠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화재가 나올지도 모르며,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진흙이 굳은 셰일로 된 반구대 암각화가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강도 재질인 카이네틱 댐을 반구대 암각화 주변 암반에 고정하기 위해서는 역시 파일을 박는 공사를 해야 한다"며 "이는 얼음에 바늘을 대고 망치질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남 대표에 따르면,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지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구대 암각화 5m~10m 앞에 철골 파일을 박아야 한다. 또한 그 파일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매립 구조물을 지반을 뚫고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반구대암각화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6일 문화재청과 울산시 간 합의된 카이네틱 댐 설치 안은 앞으로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계를 중심으로 이 안이 "문화재의 원형 보존과 경관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심의가 불허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설]반구대 암각화 이동식 투명댐은 해답 아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