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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앞에 ‘임시제방’ 추진…훼손방지? 더 훼손?

조경규 국무총리실 사회조정실장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수위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댐) 설치와 관련 조감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문화재청-울산시 양해각서 체결
국보 침수방지 ‘투명막’ 세우기로
　
안정성 입증안돼 되레 훼손 우려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걸림돌’
문화재위 심의 통과할지 미지수

10여년 간 침수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또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 반구대 관계 기관장들은 16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총리실에서 엠오유를 맺어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카이네틱 댐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두로 발표한 엠오유는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즉시 카이네틱 댐을 설치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이 이를 검토하도록 한다. 만일 평가팀의 조사결과 구조물이 항구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추후 항구적 대책을 협의한다 △양 기관은 상호 협력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무조정실이 조정·지원한다 △비용은 문화재청이 70%, 울산시가 30%를 부담하기로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밖에 구체적인 내용은 당사자들이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카이네틱 댐은 암각화 전면의 수위 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고강도 투명막으로 된 물막이 구조물로, 콘크리트 기초 위에 철골을 세워 강화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판을 조립해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지난 5월 건축가 함인선씨가 한양대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고안해낸 실험실 차원의 댐으로, 구조적인 기술적인 안정성은 아직 입증된 바 없다. 반구대 암각화를 두고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하는 셈이다.

총리실의 설명에 따르면 물막이 구조물은 암각화가 새겨진 반구대 전체를 감싸는 규모지만, 울산시가 애초 제안한 반경 80m 규모의 생태댐처럼 지형변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벽체가 투명 플라스틱이어서 햇볕이 투과해 암각화에 물이끼가 끼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물막이 구조물 설치는 다음 주부터 기술평가팀의 구성에 들어가 이르면 3개월 뒤인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수래 울산시 문화예술과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전과 울산 시민의 식수원 확보 두가지 목적을 다 충족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반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막이 댐이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우선 구조물의 안정성이 검증된 바 없으며, 댐 축조과정에서 암각화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투명판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외부에서 만들어 투하한다는 총리실의 설명과 달리, 원 설계자인 함인선씨는 암반을 4~8미터 굴착해야 수압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조물과 반구대의 접합부에서도 바위에 물리적인 충격이 갈 여지도 있다. 물막이 구조물의 크기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반구대와 근접거리여서 형상변경이 포함된 물막이공사가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할 지도 미지수다.

물막이 공사는 2017년 실현을 목표로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반구대 일대 자연경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쪽은 자연경관의 보존을 중요평가항목으로 두고 있어 총리실의 예상과 달리 물막이 구조물이 문화유산 등재에 결격요소로 판단할 수도 있다.

80미터 밖 생태댐을 경관훼손이라며 반대해온 문화재청이 엠오유에 참여한 것은 예상밖이다. 이를 두고 문화재청의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에서 어차피 반대해 성사되지 않을 것이며, 설치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중간에 설치가 중단되면서 울산시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종업 신동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