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전경. 건물만 지어놓고 활용방안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13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에 새롭게 들어선 국립무형유산원을 찾았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지어진 지하 1층·지상 5층의 건물은 첫 눈에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중정(中庭)을 둘러싸고 미음(ㅁ)자 형태로 늘어선 건물의 연면적은 2만 9615㎡(약 8958평), 부지 전체 면적은 5만 9930㎡(1만 8128평)에 달한다. 전통공연·연희 전승교육 공간, 기록 아카이브, 명예의 전당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형 전시관만 3개, 공연장도 400석, 200석 규모로 2개가 지어졌다.
국립무형유산원은 한국이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하면서 가입국에 요구되는 무형문화재의 기록·조사·교육 등의 임무를 수행할 공간으로 기획됐다. 2010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준공됐다. 당초 올해 10월 개관과 함께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공간을 유지할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개관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는 아직 텅 비어 있다. 예산이 없어 공연장에는 매표소가 지어지지 못했고, 무형문화재 전수자 및 손님들이 묵을 게스트하우스에는 침대만 달랑 놓여 있는 상태다. 이길배 국립무형문화유산원설립추진단장은 “현재 상태로는 10월 개관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 및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인력 및 예상을 충원한 후 내년 5월 정도에는 개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달 국회에 상정되는 무형문화유산법에 따르면 무형문화재 범위는 현재의 기능·예능 위주에서 김장 같은 생활관습, 한의학 등의 전통지식 등까지 대폭 확대된다.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유산원이 민족문화원형 보존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국 22개나 있는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등도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당초 무리한 사업추진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주=이영희 기자
출처: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