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평화박물관.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지난해 일본 매각이 추진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이하 평화박물관)을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매입작업을 벌이다 박물관측이 감정가격 등에 대한 불만으로 매각을 거부하자 법적조치를 검토하는 등 어리숙한 행정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가마오름 동굴진지를 비롯해 평화박물관 전체 자산을 감정가 59억1500만원에서 보조금 9억3400만원을 제외한 49억8400만원에 매입하는데 합의했다는 제주도의 주장과 박물관과 부지 등은 협의를 거쳐 매각키로 했다는 이영근 관장의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계약서나 합의서가 없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도는 지난해 12월 문화재청과 이영근 평화박물관장 3자 협의를 통해 진지동굴과 박물관,소장자료 등 전체자산 가운데 진지동굴과 시설,소장자료 등은 문화재청이 29억2000만원에 매입하고,박물관과 부지 등은 도가 20억5800만원에 매입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도는 평화박물관과 합의 근거로 지난 1월 문화재청에 보낸 매입 협조요청 공문에 첨부된 3차 협의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에따라 지난 2월까지 진지동굴 매입을 완료했고,도는 지난 4월 도의회에서 공유재산 변경 동의를 얻고 이번 1회추경안에 예산을 편성해 매입에 나설 계획이지만 박물관측의 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영근 평화박물관장은 도가 주장하는 3자합의 내용은 단지 계획일 뿐이며,박물관 부지와 시설·자료 등은 협의를 거쳐 매각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10월 24일 도의 매입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한 30일자 회신 공문을 제시했다.

특히 평화박물관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채 감정평가가 이뤄졌고,1년전에 3억1500여만원을 들여 지은 화장실 감정평가액이 7500여만원에 불과한 것은 납득할수 없다며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매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 매각시 발생할 파장 등 제반 문제를 감안해 20억엔(당시 환율 280억원 상당)에 매입하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제주도와 매각협의를 벌이고 있음에도 평화박물관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데 대한 섭섭함도 토로하고 있다.

도는 이에따라 이 관장을 상대로 평화박물관 건물과 부지 등에 대한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계약서는 물론 합의서도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도 실무관계자들은 계약서나 합의서도 없이 국가등록문화재인 평화박물관 매입작업을 벌이는 비상식적이고 한심한 행정 행태에 대해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계약서 작성이 어려웠다는 어설픈 변명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