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寺서 약탈된 불상으로 추정 … 주물 匠人 이완규씨, 화학약품 흔적 등 의문 제기
지난해 10월 국내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對馬) 섬 관음사(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불상 2점 중 하나는 고려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금동관음보살좌상(높이 50㎝)이다. 이 불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왜구가 약탈해 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추정이었다. 그런데 이 불상이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7호 주성장(鑄成匠)인 이완규(58)씨는 12일 "이 불상을 촬영한 사진 300여 점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우리 전통 주조(鑄造)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20세기에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성장이란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물품을 만드는 주물 기술을 지닌 장인이다. 이씨는 "문화재청이 보관 중인 이 불상에 대해 성분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위작으로 보는 이유를 ①불상 표면에 화학약품을 사용해 착색한 흔적이 드러나 있고 ②전통 주조 방식의 불상에서 보여야 하는 사각 구멍(속을 비게 하기 위해 만드는 중자·中子 받침용)이 뚫려 있지 않으며 ③역시 전통 주조 방식과는 달리 불상 표면의 두께가 지나치게 고르다는 점을 들었다.
이씨는 "옛 불상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색(古色) 처리를 한 흔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사진으로 볼 때 불상은 전체적으로 청동색이지만 뺨 부분은 검게 변했고, 이마 부분은 청동 색깔이 벗겨진 듯 곳곳에 검은 반점 모양이 드러나 있다.
불상 가슴에는 여러 개의 하늘색 선이 겹쳐 있는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씨는 이를 "화학약품을 칠한 붓 자국으로 보인다"고 했다. 불상 내부의 밝은 푸른색이 뭉쳐 있는 부분은 "쇳물이 녹았다 식으면서 표면에 생기는 속칭 '주물 때'로, 자연 상태에서는 한 세기 이상 지나야 밝은 빛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교미술 전문가인 곽동해 한서대 책임연구원은 "사진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녹이 아니어서 불상이 진짜인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반입 당시, 이 불상을 위작으로 판단한 부산항 문화재 감정관의 입장도 비슷하다. 불교미술 석사인 이 감정관은 본지 통화에서 "금동불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형태의 녹이 있었다. 옛 유물처럼 보이도록 앤틱(고색) 처리를 한 최근 물건으로 판단해 통관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학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문화재로 위작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문가에게 불상을 공개해 판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