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논란, 울산 사연댐은 유일 청정 수원인가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10년 넘게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역 일각에서 '청정수원 사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주장의 요지는 울산지역 유일한 1급 청정 수원인 사연댐 물을 포기하고 수질이 떨어지는 낙동강물을 울산시민들이 추가로 먹을 수 없다'는 것.

결국 '식수 부족론'과 함께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으로 주장하는 '사연댐 수위 조절안'의 반대 논리의 또다른 한 축이다.

이 주장은 지난달 23일 발족한 '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특위'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을 지지하는 이유로 밝히며 본격적인 공론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뉴스1이 확보한 천상정수장과 회야정수장의 원수 수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런 주장은 현실과 많이 동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유일의 1급 청정 수원이라고 주장하는 사연댐 물 수질이 오히려 회야댐 수질 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원수 수질 분석 보고서는 울산시수질연구소가 매월 천상정수장과 회야정수장에 유입되는 상수 원수인 사연댐과 회야댐 물의 수질을 법정 항목별로 분석·조사한 것이다.

울산시수질연구소 관계자는 “물의 수질을 분석해 등급을 정하는 항목은 10가지 정도다”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흐르는 강물의 경우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를 기준으로 수질을 평가하고 호수나 댐처럼 고인 물은 COD(화학적 산소용구량)를 기준으로 수질 등급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흐르는 물인 태화강의 수질 등급을 애기할 때 1급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BOD를 기준으로 하듯, 고인 물인 댐의 수질의 등급은 COD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환경부가 수질 환경기준을 더 강화해 수질을 오염시키는 유기물질의 총량을 의미하는 TOC(총유기탄소)개념도 수질 기준 항목에 도입했다”며 “물론 수소이온농도(Ph), 대장균수 등 여러 수질 기준 항목이 있지만 물이 고여있는 댐은 COD와 TOC를 보고 수질 급수를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고 수치가 높을수록 수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울산시수질연구소의 원수 수질 분석 보고서에 나타난 사연댐과 회야댐의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간의 COD 수치를 보면 평균적으로 회야댐의 수질 수치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사연댐의 COD 평균 수치는 4.2ppm였으며, 회야댐은 3.8ppm의 수치를 보였다.

환경부 기준을 보면 COD 기준 4ppm 이하는 2급수, 4ppm 이상은 3급수로 분류된다.

시민 일각의 주장과 달리 회야댐물이 COD 3.8ppm의 2급수로 나타난 반면 오히려 사연댐의 수질이 COD 기준으로 4.2ppm의 3급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회야댐의 수질은 2급수 10번 3급수 7번을 기록했으나. 사연댐은 2급수 5번 3급수 12번을 기록했다.

평균 수질뿐 만 아니라 3급수 빈도수에서도 사연댐의 수질이 나쁜 것으로 증명된 것이다.

지난 2012년 9월에는 사연댐의 COD 수치가 5.2ppm를 기록, 4급수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수 원수 4급수는 사실상 식수로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올해부터 수질 기준 항목에 새로 포함한 TOC를 기준으로 수질을 비교하면 어떨까.

2013년 1~5월까지 TOC 기준의 평균값은 회야댐 2.60ppm, 사연댐 2.68ppm로 나타났다.

TOC 기준으로도 회야댐의 수질이 다소 미미하지만 더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K-water(옛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2년에 회야댐에 공급된 낙동강물은 196만톤이었으며, 대암댐에서 천상정수장으로 공급된 낙동강물은 59만3000톤이었다.

올해는 회야댐에는 134만톤의 낙동강물이 유입됐으나 낙동강물을 저수하는 대암댐물이 천상정수장으로 유입된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난해와 올해 낙동강물이 훨씬 더 많이 유입된 회야댐물의 수질이 사연댐보다 양호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울산지역에 건립된 댐은 4곳이다. 그 가운데 사연댐, 대곡댐, 대암댐의 관리 주체(소유주)는 K-water이고 회야댐은 울산시가 직접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며 "울산시가 회야댐 수질 개선 사업을 수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해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건설한지 50년이 가까운 사연댐의 상류 오염원을 방치하면서 수질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울산시 관계자는 "일종의 착시 현상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회야댐물은 강물을 취수해 더럽고, 사연댐은 대곡천 계곡물을 취수해 깨끗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며 "1965년 처음 사연댐이 건설되었을때는 말그대로 대곡천은 청정 수원이었지만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현재는 대곡천 상류로 유입되는 두량천, 서하천 등 지류와 인접해 공장과 축사, 식당 등 잠재적 오염원이 대거 들어서면서 사연댐 수질을 악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연댐 수질 악화와 관련해 울산수질연구소 관계자는 "사연댐이 건설된지 거의 50년이 되면서 낙엽 등 유기물질들이 댐 바닥에 많이 쌓여 수질 오염의 원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아무리 깨끗한 물도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필연적으로 오염 문제가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질 악화 원인이 뭐던 사연댐 물이 울산지역 유일 1급 청정수라는 시민 일각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시민 생활에 민감한 '먹는 물'과 관련,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런 주장들이 자칫 맹목적·배타적 지역주의의 도화선이 될 경우다.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으로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면 하루 약 3만톤의 식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부족한 물은 어떻게던 대체할 수 있지만 반구대암각화는 한번 훼손되면 대체 불가능하다는데 근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정부에서 사연댐이나 회야댐물보다 더 맑은 물을 공급하고 반구대암각화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그 모든 이익은 울산시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스1 김재식 기자 jour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