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조선왕릉 40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 4년이 됩니다.

유네스코는 특히 가장 많은 왕릉이 모여있는 동구릉의 주변을 복원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은 그 문화적 가치가 훼손되면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문화유산 동구릉과 바로 붙어있는 땅입니다.

7천여 제곱미터 부지가 흙더미와 잡초들로 가득하고, 쓰레기까지 널려 있어 버려진 공터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 동구릉을 지켜주는 우 백호에 해당합니다.

그 만큼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지난 2010년 이곳에 있던 야외 골프연습장은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골프연습장이 있던 땅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습니다.

상황은 능의 건너편에 위치한 외 연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문화재청이 뒤늦게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지만 안내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녹취:지역 주민]
"폐허지. 원상복구하라고 했는데 원상복구를 대충 했으니까."

그나마 동구릉 안쪽만 관리될 뿐입니다.

[인터뷰:조인제,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 소장]
"동구릉 관련 국유지만 관리하는 것이지 사유지는 개인 소유니까 동구릉에서는 관리를 실질적으로 못하는 부분이죠."

수십년 전 중앙정부가 동구릉 주변 부지들을 일반인에게 팔아넘기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땅을 매입할 예산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손 쓰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녹취:문화재청 담당자]
"저희 땅에다가 시설을 정비하고 그런 것들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개인 땅이라 매입도 제대로 이뤄져야 되고 예산도 반영이 돼야하는 부분이어서 장기 계획으로 세워놨습니다."

단초를 제공한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인터뷰:신동화, 구리시의회 의원]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왕릉능제복원 계획을 수립해서 원형이 복원될 수 있도록 우선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고..."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 등 17명이 묻혀 있어 조선왕릉 가운데 최대 규모인 동구릉!

원형 그대로 복원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마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 관리의 부끄러운 현주소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