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정홍원 국무총리는 1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방문하고 "울산시로서는 물 문제만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존할 책무와 자긍심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박맹우 울산시장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직접적 지시는 아니지만, 울산시가 주민 식수 문제에만 치우치지 말고 반구대 암각화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구대 암각화 논란은 신석기 문화유산으로 국보 285호인 암각화 보존과, 지역 주민의 식수원 확보 문제가 충돌하면서 주요 갈등 사례로 부상했다.

인근 사연댐으로 인해 연중 8개월 가량 물에 잠겨 훼손 우려가 큰 암각화에 대해 문화재청은 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존하자는 입장이지만, 울산시와 지역 주민은 이 경우 식수원이 사라진다며 생태제방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박맹우 시장은 정 총리에게 한국수자원공사의 보존방안 수리모형 실험결과를 보고하면서 "생태제방은 물을 완전히 건조시키기 때문에 암각화 보존의 최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이 선호하는 사연댐 수위조절은 홍수 때 유속이 10배 빨라져 오히려 암각화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박 시장은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날 울산 시내에서 박 시장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 국회의원, 유력 인사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암각화 보존 방안을 시행하려면 기초조사, 설계 등 준비 작업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중앙과 지방기관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국정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69개 갈등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연내 해법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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