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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아이> |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10년
의뢰작품 26%가 위작 판명
미술계가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미술품 감정을 위해 설립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대표 엄중구)이 24일 활동 10년을 맞아 그동안 감정 의뢰를 받아 분석한 작품 평가를 모은 백서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사문난적)을 펴냈다. 국내 위작 미술품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과 구체적 수치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겼다.
한국에서 가짜 그림이 가장 많은 작가는, 많은 이들이 예상하던 대로 가장 인기좋은 화가 이중섭이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이중섭은 10년 동안 187점이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가짜로 판정된 것은 108점. 이중섭의 작품값이 비싸고 따라 그리기 쉬워 보이기 때문에 가짜가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원은 분석했다. 평가원은 특히 2005년 가짜 그림을 대량 보유한 수집가 김용수씨가 이중섭의 둘째 아들 이태성씨와 짜고 진짜 그림으로 세탁하려 한 사건을 자세히 소개했다. 당시 평가원은 서울옥션에서 판매한 <물고기와 아이>(사진)를 이중섭 특유의 표현과 속도감이 없으며 이중섭이 쓰지 않았던 ‘펄 물감’을 썼다는 이유로 위작 판정을 내렸다. 결정적인 것은 <물고기와 아이>가 베낀 것으로 추정되는 원본을 <대표작가 100인 선집>에서 찾았는데, 편집자의 실수로 좌우가 바뀌어 인쇄됐다는 편집자의 증언이 있었다. 위작자는 그것을 모르고 베꼈다는 것이다. 위작 판정이 났는데도 서울옥션은 함께 위탁된 나머지 작품에 대한 경매를 강행했다.
평가원은 백서에서 “문제작에 조금이라고 의심이 가거나 석연찮은 점이 발견된다면 자진해서라도 작품을 내리는 것이 순리일 텐데, 서울옥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전문가라면 몇 초 안에 판단할 수 있는데,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중섭 다음으로 위작이 많은 작가는 천경자(99), 박수근(94), 김환기(63), 이인성(54), 오지호(47), 장욱진(43), 김기창(35), 도상봉·윤중식(32), 김종학·최영림(31) 차례다. 이대원, 이우환, 이응노의 위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요 작가의 위작 비율을 보면 구상 계열이 34%로 비구상 계열 17%의 2배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구상 계열인 이중섭은 가짜가 58%에 이른 반면 비구상인 이우환은 4%에 불과했다. 감정평가원은 구상 작품이 가짜가 더 많은 것은 추상이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반면 구상은 묘사 대상이 구체적인 것이어서 위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10년 동안 평가원에 의뢰된 작품은 5130점이며 이 가운데 위작으로 판정된 것은 26%인 1330점이다. 위작 비율은 2008년 이후 매년 21%, 24%, 27%, 34%, 32%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출처:한겨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