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대강 문화재 조사 ‘겉핥기’

[앵커멘트]
4대강 사업의 헛점하면
부실 공사와 환경 오염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귀중한 문화재의 훼손도 매우 심각합니다.

감사원이 한달 전부터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문화재를
집중 감사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배혜림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경기도 여주.

과거 물류터미널 역할을 했던
나루터가 14곳이나 되고,

마애여래입상과 세종대왕릉, 신륵사 등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역사가
강변을 따라 흘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흙더미들과
콘크리트로 뒤덮혀 있습니다.

[인터뷰: 이항진 씨/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유적지들이 이런 데 다 묻혔다고 고고학적으로는 옛날부터 얘기했단 말예요. 문화재 조사, 지금까지 한 역사 중에 이렇게 엉망으로 한 것은 처음이에요.”

4대강 유역 매장문화재 부실조사 여부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자
문화재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용역을 맡긴 연구기관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하고,
통계상 오류 실태 파악에 나선 겁니다.

현장 실무 연구원들은 이미 감사원 조사에서
문화재 졸속 조사 사실을 털어놓은 상태.

취재 결과, 4대강 유역의 매장문화재 조사는
부실투성이였습니다.

[전화녹취: 서모 씨/문화재 연구원]
"우리는 공사 도면을 보질 못했으니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랬더니, 무조건 조사해서 유적 나오는 것 보고 자기들(국토부)이 반영한다고."

조사 기간은 단 14일.

[전화녹취: 서모 씨/문화재 연구원]
"전부 다 급속 발굴이지. 기간 정해놓고 몰아붙였으니까."

이포보에서 여주보를 거쳐 강천보까지,
연구기관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곳은 모두 65곳.

그런데 분포확인 조사는 1곳, 시굴조사는 2곳에서만 이뤄졌습니다.

"뒤로 보이는 섬과 제가 서 있는 이곳,
이렇게 두 곳에서만 시굴조사가 이뤄진 건데,

이외의 지역에도 강 주변을 따라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유물이
많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포보 주변은 유물산포지로 지정된 곳.

하지만 국토부는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보와 건물을 지었습니다.

홍수에 대비해 깊이 6미터 저류지를 만들면서도
조사는 생략됐습니다.

[인터뷰: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역사시대 교통로는 주로 강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이것이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조사가 안 되고 전부 다 사라져버린 거죠."

강에서 파낸 흙은 문화재 매장 추정지역에
수 년 째 쌓여있습니다.

이런 골재적치장 가운데서도 문화재조사가 이뤄진 곳은 단 4곳뿐.

4대강 공사를 임기 내 끝내기 위해
무리하게 서둘렀던 이명박 정부.

결국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들을 보호하는 일은 뒷전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배혜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