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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500년이 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산 구포 팽나무가 부실한 관리 속에 고사 위기에 놓였다.

13일 오전 부산 북구 구포동 천연기념물 309호 '구포당숲' 팽나무는 주변 빌라와 다세대 주택으로 완전히 포위돼 있었다.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잎이 마르고 있었으며 굵은 가지가 갈라져 콘크리트를 바르고 지지대를 세워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

또 팽나무에 바짝 붙어 지어진 빌라와 주택으로 인해 햇볕을 받지 못해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주민들은 주변 주택공사 터파기 공사 때 팽나무 뿌리가 잘려나가 시간이 갈수록 팽나무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인근 주택에서 스며드는 생활하수로 토양오염이 진행되고 뿌리도 썩어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500년 이상 당산나무 역할을 해온 팽나무의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였다.

북구는 2006년부터 매년 2천만원 이상의 사업비로 보호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팽나무의 근본적인 치유에는 역부족이다.

거기에 2006년 강풍에 잎이 많이 붙은 줄기 윗부분인 수관부의 가지가 부러지고 2011년에는 진딧물과 나무이의 피해를 받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북구 향토문화를 연구해온 낙동문화원의 이은호 사무국장은 "구포 팽나무는 보기 드문 거목이자 당산목으로 민속적·생물학적 자료가치가 상당히 높다"며 "애초 삼각형 모양인 속리산의 정이품송처럼 생겼지만 관리부실로 기괴한 몰골로 변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낙동문화원은 팽나무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오염원을 차단하고 문화재보호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팽나무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낙동문화원 측은 459㎡의 시유지를 포함한 2천500㎡를 매입하고 문화재구역을 조성하는 데 1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매년 보호사업에 지원되는 2천여만원의 예산도 국시비를 받는데 현재의 빠듯한 구정살림으로는 사유지 매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높이 18.2ｍ, 나무둘레 5.74ｍ에다 동쪽 10.2ｍ, 서쪽 11.2ｍ, 남쪽 11.4ｍ, 북쪽 12ｍ로 뻗어있는 팽나무는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wink@yna.co.kr

수령 500년 천연기념물 '구포 팽나무' 고사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