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의 미해결 국정 현안으로 지목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가 새 정부 들어서도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할 숙제이자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부산일보 DB
선사시대 유산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정부의 마지막 국가정책조정회의의 안건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섰지만 문제 해결은 지연되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된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급기야 현 정부의 미해결 국정 현안 및 정책과제로 지목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5일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 정부의 미해결 국정 현안과 정책과제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지목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1965년 사연댐 축조로 '잠겼다 드러났다' 수난 문화재청·울산시 대립에 정부 미해결 정책과제 지목 울산시 '생태제방' 등 4개안 마련 협의 나서 주목
김 총리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과제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연되고, 해결의 기미를 쉽게 찾지 못하는 점과 관련해서는 관계자 모두의 냉철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문화재청, '보존 방안' 놓고 11년째 힘겨루기=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은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과 맞물려 새 정부 들어서도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할 해묵은 숙제이자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1995년 6월 국보(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상류 4.5㎞ 지점이자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991에 위치한 선사시대의 값진 문화유산이다. 선사인의 생활상을 바위그림으로 표현(296점)한 세계적인 암각화로,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포경(고래잡이)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반구대 암각화가 1965년 축조된 사연댐으로 인해 40년 이상 침수·노출을 반복하면서 '훼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년 중 6~7개월 동안 물에 잠겨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보존 방안을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수위 조절안(문화재청)'-'물길 변경안(울산시)'으로 각각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11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국무총리실이 2009년부터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1년 10월 울산시를 방문할 당시"문화재청장 등 관계부처에 충분히 지시하겠으니, 물길 변경안을 확실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물이냐 문화재·자연경관이냐' 핵심 쟁점=울산시의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수자원학회는 지난 5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리모형 실험연구 용역'중간보고회에서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 조성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총 255억 원을 들여 반구대 암각화 전방 80m 지점에 길이 440m, 높이 10~15m의 생태제방(차수벽)과 접근교량을 만들어 암각화로 물이 흘러드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전망대가 있는 야산 일부를 절개해야 하는 등 자연경관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생태제방 조성안에 부정적이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60m에서 52m로 낮추는 대신, 울산시의 대체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수위 조절안을 수용할 경우 울산시는 2020년에 하루 15만t의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한다"며 "울산시는 현재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어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해법과 전망은=울산시는 다음 달 22일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암각화 보존 방안을 마련해 문화재청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실험연구 대상은 △물길변경안 △터널형 물길변경안 △생태형 제방 조성안 △수위 조절안 등 4개 안이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획기적인 대안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학계와 국민들은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병풍 같은 바위 면에 새겨진 고래·개·늑대·호랑이·거북·물고기·사람 등의 형상도 함께 사라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선사시대의 유산은 후대의 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