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찍은 前 선원사지 시굴트렌치 전경.

기와 명문 통해 고려 지배층 관리ㆍ통제 밝혀
11일 시굴조사 성과보고ㆍ자문회의


　남해가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로 확인됐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남해군과 함께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 남아 있는 전 관당성지ㆍ전 선원사지ㆍ전 망덕사지ㆍ안타골유적을 대상으로 2012년 11월 1일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확인된다고 9일 밝혔다.

　지금까지의 시굴조사에서 전 선원사지를 비롯한 3개의 유적에서 건물지와 다양한 유물을 확인한 결과다.

　전 선원사지에서는 최소 6기의 건물지와 관련 축대시설을 확인하였으며 귀목문 암막새와 수막새， 다량의 청자편이 출토됐다.

　전 관당성지는 경지정리로 인해 확실한 건물지는 남아 있지 않았으나 관당성 조성 시 대지를 조성한 평면범위를 확인했으며 성의 외곽에서 건물지 1기와 기와무지， 습지 층 등이 확인됐다. 그리고 안타골 유적에서는 건물지와 관련 있는 담장지가 확인되고 고려시대 청자편과 기와편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전 선원사의 부속암자로 추정되는 백련암에서 `長命願施納銀甁壹口李○○ㆍ長命願施納銀甁壹口朴○○` 명의 기와가 출토돼 전 선원사지(`願施納` 출토)와 전 관당성지(`長命` 출토)가 같은 시기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 유적이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기와의 명문은 기원의 목적과 시주하는 내용물 단위， 시주자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명문과 문양， 제작방법 등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명문에 나오는 `은병(銀甁)`은 국가 차원의 거래나 고관， 귀족 등 상류사회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고액의 화폐로， ㆍㆍ고려사ㆍㆍ 등의 문헌기록 이외의 자료에서 `은병`의 기록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첫 사례이다.

　따라서 `銀甁` 명문기와， `귀목문 기와`， `고급의 고려청자` 등을 확보함으로써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의 남해 고현면 일대에는 고려 중앙 지배층의 직접적인 관리와 통제， 지원을 받는 공공 기구가 있었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번 조사는 고려대장경 판각작업을 주관한 남해분사도감의 실체를 밝히고， 고려대장경 판각시기 남해 고현면의 역사경관을 복원하기 위한 역사적인 여정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자문위원회는 11일 오전 10시 시굴조사현장 및 남해군청 대회의실에서 시굴조사 성과보고회 및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남매일 박재근ㆍ박성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