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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TV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는 판타지와 의학이 만난 '신의','닥터 진' 그리고 현장감 있게 병원의 모습을 그려낸 '골든타임' 등 다양한 의학 드라마가 방송되었는데요, 최근 '허준' 열풍을 몰고 왔던 이병훈 감독의 새 드라마 '마의(馬醫)'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와 수의사라는 독특한 소재는 시작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천민의 신분에서 말을 고치는 마의에서 임금님의 어의가 되었던 실존 인물 백광현은 과연 실제로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마의! 백광현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나라 수의학에 대해 알아볼까요?
▲ 말의 침혈을 기록한 그림(출처:http://blog.naver.com/ljk2109/110046752151)
병든 말과 용을 치료하는 재주가 뛰어난 신선이라고 불리는 마사황(馬師黃)은 동양수의학의 시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의술이 유입되어 오면서 수의학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서기 595년, 고구려 영양왕 6년에 혜자라는 승려가 일본으로 건너가 말 치료법을 배워왔다는 기록을 보면 수의학은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의학 중 하나였습니다. 말은 전쟁과 물자의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었기에 말을 고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수의학은 삼국시대, 고려 시대에 걸쳐 조선 시대에 완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에 수의학은 우마(牛馬)에 대한 치료법을 중심으로 마의는 국가의 중요한 관직의 하나였습니다. 궁궐에는 말을 관리하는 사복시(司僕寺)를 두어 마우들의 관리와 목양에 관한 일을 담당했습니다.
▲ 드라마 '마의' 백광현 역할의 배우 조승우 (출처: mbc)
드라마 마의는 현재 궁궐의 마의사복들도 구하지 못한 말을 고쳐내 백광현은 마의 사복시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혜민서의 의녀가 된 강지녕은 사복시로 파견되어, 마의 들의 교육을 맡았으며, 광현과 함께 사복시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릴 적 서로 그리워하던 정인임을 알지 못한 채 같은 공간에 머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 <동궐도>에 나타난 내사복시 일원
(출처 : http://blog.naver.com/misorahibari/100106131919)
「조선의 9급관원들」이란 책에는 마의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있습니다.
말을 치료하는 마의는 두 부류로, 현재 광현이 소속되어 있는 사복시와 민간에서 돈을 받고 치료해주는 마의가 있었습니다. 사복시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 말을 관리하던 관청입니다. 사복시는 궁궐 안에 있는 내(內) 사복시와 궁궐 밖에 있는 외(外) 사복시로 나뉩니다.
사복시 마의는 병조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으며, 말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기록한 '안기집(安驥集)'에서 세 군데를 무작위로 뽑아 해석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중국 당나라때 만든 책으로 중국에서 전하는 3권의 의약책으로, 모든 병마다 각각 그림[圖]이 있고, 약방(藥方)이 그 끝에 붙어 있습니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혜민서터(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주인공 백광현의 첫사랑 강지녕은 중국 의술을 배워 혜민서 의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극 중에서 혜민서 의녀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의녀의 신분은 계집종이었지만 양반의 신분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각 관청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공노비 중에서 총명한 10~15세 정도의 아이를 의녀로 뽑았습니다. 제생원과 함께 1446년(세조 12)에 만들어진 혜민서는 일반 서민을 치료하던 관청으로 가난한 백성에게 무료로 병을 치료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양반 신분이었던 강지녕이 의녀가 된다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던 것입니다. 관청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했고, 의녀는 지방에도 필요했기 때문에, 충청, 경상, 전라도에서 2명씩 계집종을 뽑아, 제생원에 보내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교육을 마친 후에는 다시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의술을 펼쳤습니다.
마의(馬醫)에서 임금의 어의 까지, 백광현의 삶
백광현(白光炫, 1625년 ~ 1697년)은 조선 후기의 침의(鍼醫)입니다. 처음에는 마의로 말의 병을 고쳤으나, 사람의 종기의 외과적 치료술을 개발해 한의학에서 외과적 치료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침을 써, 종기의 독을 제거하고 뿌리를 뽑아내 깊은 악성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렸습니다. 그 명성으로 그는 신의(神醫)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 완암집(浣巖集)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정내교(鄭來橋, 1681~1759)의 문집인 '완암집(浣巖集)' 4권의 '백태의전(白太醫傳)에서는
"본디 말을 잘 치료하였다. 오직 침을 써서 치료하였는데 서책(의서)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익히다 보니 솜씨가 숙련된 것이다. 말 치료하던 침술을 종창(腫瘡)을 앓는 사람에게 써봤더니 종종 탁월한 효험이 있기에 마침내 사람을 치료하는 데 전적으로 힘쓰게 되었다"라고 서술하고 있어, 드라마 '마의'의 내용과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암집(浣巖集)에서 백광현과 말에 대한 기록을 보면 '초선의마(初善醫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처음에는 말을 잘 치료했다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백광현이 사람의 병을 고치기 전에 드라마처럼 '마의 사복시의 삶으로 지냈는가?'는 의문이 드는 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직업적인 마의였기 보다는 말을 고치는 일과 함께 무관에서 의술을 익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初則用鍼過猛。或至殺人。然其效而活者且衆。故病者日集其門"
(초즉용침과맹 혹지살인 연기효이활자차중 고병자일집기문)
처음에는 침을 지나치게 세게 놓아 간혹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효험을 보고 살아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몰려드는 병자가 나날이 늘었다.
(출처: <마의> 실존인물 백광현 추적자(http://blog.daum.net/shbang98/24)
하지만 처음부터 환자를 모두 다 고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백태의전(白太醫傳)의 기록에는 그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무릇 독소가 강하고 뿌리가 배긴 정저(疔疽)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처방에는 치료법이 없었다. 그런데 백광현은 앓는 자를 만나면 반드시 대침(大鍼)을 써서 터트리고 찢어 독소를 빼내고 뿌리를 뽑음으로써 거의 죽어가던 자를 능히 살려냈다" 점차 그의 의술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그는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의술을 터득해 더욱 많은 사람을 고치게 되면서 신의(神醫)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백광현의 명성은 점점 자자해지면서 어의로 신분을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현종과 숙종 두 왕을 섬기면서 30여년 동안의 공로를 인정 받아 허준과 같은 종1품 승록대부(崇祿大夫)까지 올랐습니다.
▲ 백광현이 아버지 백철명의 묘지와 비석(출처:임천백씨족보)
집안 대대로 무관의 집안이었지만 조선 시대 역모에 휩싸여 집안 유배 생활을 하며 퇴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숙종 6년 어명이 내려졌습니다. "백광현의 아비 되는 백철명에서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의 품계와 종2품 한성부 우윤(右尹) 겸 5위도총부 부총관(副摠管)의 관직을 추증하도록 하라" 그의 조상에게 이런 관직을 내린 이유는 백광현이 왕실에서 중요한 인물의 병을 극적으로 치료하여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드라마를 통해 백광현이란 인물을 알았지만, 직접 그의 삶을 살펴보니 더 대단해 보였는데요, 말을 고치는 삶으로 임금을 고치는 어의의 운명을 얻게 된 그의 삶은 노력의 결과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을 살려내고 그를 신의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미천한 출신이고 글도 알지 못하지만 오직 의술만으로 일궈낸 그의 업적은 눈과 입으로만 학문을 읽어내는 학자들보다는 더욱더 값진 의미와 결과를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백광현의 삶과 비교해 드라마 '마의'를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생전에 우리에게 보여준 감동을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조선의 9급관원들,하찮으나 존엄한」김인호, 너머북스 2011
위키백과, 고전번역원, 네이버 카페(<마의> 실존인물 백광현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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