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일을 배울 때는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품격을 갖춘 전통 가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의사나 교수, 중앙부처 공무원, 교사들이 소목(小木)을 배우겠다고 오니까요."

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小木匠) 박명배(62)씨는 열여덟 살 때부터 전통가구 만드는 일을 배웠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최회권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공예과 교수가 운영하던 공예미술연구소에 취직하면서다. 최 교수가 이민을 가자 허기행 선생에게 배웠고 1980년 공방을 차려 독립했다. 2010년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가 됐다.

전통공예, 그중에서도 소목의 인기가 늘면서 그는 요즘 강사로 인기가 높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일반인 대상 전통 공예강좌의 소목반 7개 중 5개 강의를 맡고 있다. 주 1회, 1년 과정이 끝나면 보석함과 서안(書案) 같은 간단한 목가구를 만들 수 있다. 수강신청이 몰려 "강의 좀 듣게 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질 정도다.

경기도 용인 작업실 안팎에는 느티나무와 감나무, 오동나무가 통나무나 판재 형태로 곳곳에 쌓였다. "300~400년 된 느티나무를 보통 쓴다"고 했다. 원목 상태로 2년, 실외에서 3년, 실내에서 2년 정도 말려야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그가 제일로 치는 재료는 용 무늬가 새겨진 느티나무. 눈비 맞으며 세월을 견딘 흔적이 나이테에 남은 것이다. 이 무늬를 살려 책장과 탁자, 문갑, 서안에 구름과 강물, 날개를 펼치기 전의 봉황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낸다.

박명배씨는 "자연이 빚어낸 무늬를 최대한 살려주는 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용인 작업실 전시실에서 살펴본 책장과 삼층장은 의외로 밝은 색이 많다. 안방가구인 삼층장은 노란색에 가까울 만큼 화사하다.

이렇게 만든 사랑방가구와 안방가구 45점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문화재청·한국문화재보호재단 후원으로 11월 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전통목가구 예작(藝作)전'. 박씨는 "일부러 예술의전당을 골랐다"고 했다. "이탈리아 가구만 명품입니까? 전통 목가구가 예술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031) 334-2526

☞소목장(小木匠)은

장롱과 책장을 비롯한 문방구 등의 세간을 만드는 장인. 건축에서는 대목장(大木匠)이 집 짓는 일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데 비해, 창호와 난간 등 작은 물건을 만드는 일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