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서울시가 문화재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전통 한옥인 '백인제 가옥(白麟濟家屋·사진)'을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복원을 위해 현재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을 내년 3월까지 비워주고, 대신 백인제 가옥을 공관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 1월 한양도성을 둘러보던 중 "성곽 복원을 위해 다른 건물들은 이전하라고 요구하면서, (성곽 복원을 막고 있는) 공관은 그대로 두는 게 적절치 않다"며 공관 이전 의사를 밝혔다. 그 후 서울시는 이전 대상지를 찾다가 백인제 가옥을 공관 후보 1순위로 올렸다. 건물이 시유 재산이라 이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한옥을 시장 공관으로 쓴다는 상징성과 공관 일부를 외국인 대상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백인제 가옥은 1913년 이완용 외조카 한상룡이 세운 집으로, 압록강 흑송(黑松)을 가져다 지었다고 한다.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와 그 후손들이 1944년부터 60여년 살아 백인제 가옥으로 불리게 됐다. 대지 2460㎡(744평)에 행랑채·안채·사랑채 등 목조 가옥이 들어서 있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해 1977년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22호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원래 2009년 12월 '북촌문화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이 가옥을 사들여 지난해 6월부터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가옥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권해 일단 올 2월 공사를 중단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관 용도로 지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는 중소기업 해외비즈니스 지원 전용 공간으로 용도를 바꿔 2009년 9월부터 쓰고 있어, 현재 백인제 가옥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백인제 가옥을 시장 공관으로 쓰려면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인 이 건물을 거주 공간으로 쓰려면 화장실·부엌 위치 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문화재를 원형에 맞게 복원하는 걸 우선시하는 문화재위원회가 서울시가 낸 리모델링 계획을 통과시켜줄지가 남은 과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원들도 한옥은 사람이 살아야 가장 잘 보존된다고 하고 있고, 백인제 가옥을 시장 공관으로 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

문화재 '백인제 가옥', 서울시장 공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