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반환운동을 주도하는 등 민간 차원의 해외소재 문화재 환수에 앞장서 온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ㆍ이상근)가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결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공동으로 해외반출 우리문화재 환수 활동을 펼쳐왔다. 김의정 前 중앙신도회장의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전폭적 지지와 동참은 문화재제자리찾기를 중앙신도회의 등기된 산하단체인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조계종 인사가 주도한 해외문화재환수운동은 중앙신도회 산하에 문화재환수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다.
두 단체의 밀월관계는 지난 7월 6일 대의원총회에서 이기흥 신임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 당선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기흥 신임회장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불자들의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맞춰 신도회를 이끌겠다”며 “산재된 조직을 재정비하고 역할이 중첩된 단체를 하나로 엮어 신도회의 역량을 최대화 시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신도회 특성과 맞지 않거나 능력 밖의 일들은 국가나 유관기관에 맡기고 중앙신도회 고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불교문화의례원과 생활의례문화원 등 유사 기능의 조직은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문화재제자리환수위원회는 국가 차원의 조직에 기능을 넘긴 뒤 지원ㆍ협력 역할을 하겠다는 중앙신도회 조직 정비의 신호탄이었다.
이 같은 이 신임회장의 소신은 수차례 회의 등을 거치며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이상근 대표는 “신도회 관계자로부터 언질은 받았다”면서도 “신임회장의 직접적인 언급이나 집행부의 공식 입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앙신도회로부터 분리 후) 계획은 없다. 다만 집행부의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새 집행부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회관에서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외에도 ‘연우와함께’ 등이 퇴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의 신도회관 공간 사용에 대해 그동안 문제제기가 많았다는 것이 중앙신도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황철기 팀장은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혜문 스님이 별도의 정보를 갖고 교류했던 (중앙신도회와는 별개의) 단체이다. 전향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정부에 (지원을) 요구해야 하는 단계”라며 “‘나간다 만다’하는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신도회관 공간을 비워달라는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황 팀장은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사용 중인 신도회관 공간을 비워달라는 중앙신도회 입장은 맞지만 언제 요구할 것인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이기흥 신임 중앙신도회장은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택했지만 민족문화수호의 한 방편인 해외반출문화재 운동은 그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며 "그의 비전을 대승적으로 회향하려면 신도회관 공간 회수에 앞서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안정된 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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