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개관하는 서울 육의전박물관의 모습. 유리막 전시를 통해 유리 위를 걸으면서 생생하게 유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조선시대 육의전과 시전행랑의 모습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이 문을 연다. 특히 도심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개발 속에서도 발굴 유적을 보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여서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국가에 물품을 공급하던 상점인 육의전 터에 위치한 서울 육의전박물관(관장 황평우)이 8월30일 개관한다. 육의전박물관은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조선시대 육의전 일대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을 세우되 그 지하에 유적을 보존한 현장박물관이다.

건물 지하에 유적 전시관을 마련하고, 그 위에 강화유리를 씌워 현장에서 그대로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종로일대에서 발굴되는 유적 가운데 현장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육의전박물관이 유일하다.

육의전박물관의 유리막 전시는 국내 국ㆍ공립박물관을 통틀어 최대 규모로,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전시 공간 282.68㎡(85.51평)을 포함해 전용 면적 505.33㎡(152.86평)이다. 유리위로 직접 걸으면서 생생하게 유적을 확인할 수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직접 유적도 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육의전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이다.

15~16세기 조선시대 시전행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 피맛길의 원형이 남아 있다. 방화장과 근대시기 우물, 회동 제생동천 목책 유구, 발굴조사 현장의 모습 등도 전시했다. 또 발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맛길과 시전행랑의 토층을 그대로 떠내 전시했을 뿐만 아니라 토층표면에 시기구분선을 표시하고 시기별 역사적 사건들도 함께 기록했다.

모시를 파는 조선시대 시전이었던 저포전의 깃발인 저포전기(苧布廛旗)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포전기는 미국 피바디엑세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국내에서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육의전박물관은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당시, 기록해두었던 저포전기의 사진과 치수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변천 △한양의 중심 운종가 △문화의 중심지 종로 △시전의 역사 등 유적과 관련된 주요 사항들의 패널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황평우 육의전박물관장은 “육의전박물관은 문화재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며 “지금까지 유적을 다른 장소로 이전해 복원하던 것과는 달리 현 위치에서 보존하게 됨으로써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적 애호심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평우 육의전박물관장이 육의전박물관 개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발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맛길과 시전행랑의 토층을 그대로 떠내 전시한 토층전시. 시기별 역사전 사건들도 함께 기록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