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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문화재 업무 지자체 이양은 문화유산의 재앙"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 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하고자 추진하는 데 대해 고고학계와 문화재위원회(이하 문화재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가의 주요 문화재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키를 쥔 문화재위는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 일체의 지방정부 이양을 심의할 지방분권촉진위 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전체 문화재위원장(이인규)과 산하 8개 분과위원장 명의의 반대 성명을 채택했다.

사실상 문화재위 전체가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이들은 이날 공동으로 채택한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 지방이양 추진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의 지방이양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지방분권촉진위에 대해 이런 움직임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성향이 강한 지방정부가 매장문화재 관련 인허가권은 물론이고 그것을 조사하는 기관에 대한 등록 및 등록취소권에 발굴유물 처리권까지 갖게 되는 것은 결국 문화유산의 파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견서는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의 일체 지방 이양은 문화유산의 "부실 발굴이나 축소발굴을 초래한다"면서 "국토개발을 우선시하는 세태에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지켜내려면 관련업무를 현재와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에서 보존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고고학계 최대 학술단체인 한국고고학회 또한 앞선 지난 9일 충남대박물관에서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해 지방분권위 방침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학회는 이와 관련한 업무 일체를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일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문화재 파괴를 유도하는, 말하자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범죄적 업무 이양"이라고 비판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매장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문화재청)가 발굴인허가권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등록 및 등록취소, 유물의 국가귀속권을 가진다.

하지만 시도지사 입김이 강한 지방분권촉진위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을 내세워 이런 업무 일체를 광역자지단체장에게 일임토록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문화재청, 문화재위, 고고학계는 지방분권은 허울일 뿐이며 실제는 문화재가 각종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에 따라 관련 권한 일체를 시도지사에 넘기려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방분권촉진위는 지난 6월13일 제55차 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가 보류 결정을 한 바 있으며, 29일 회의에서는 이 안건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고 대통령 결재를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 일체가 지방으로 이양되지는 않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결국은 매장법을 손질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입법권은 문화재청에 있고, 나아가 국회 문방위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설혹 안건이 통과된다 해서) 지방분권촉진위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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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

문화재위 "발굴허가권 지방이양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