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빠르게 북상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문화재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은 밑동 옆 가지가 부러졌다.

정이품송은 높이 16ｍ·가슴높이 둘레(지상 1ｍ) 4.7ｍ에 이르는 거목으로, 부러진 가지는 서북쪽으로 뻗은 지름 18㎝·길이 4.5ｍ가량이다.

이 소나무는 2007년과 2010년 돌풍으로 지름 20cm 안팎의 가지가 부러진 데 이어 또다시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령이 600여 년 된 노쇠한 나무라 속이 성기고 약해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받침목도 바람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떨어져 나간 가지 부위에 살균·방부 처리를 했다.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소나무는 높이 12.5ｍ, 가슴높이 둘레가 4.7ｍ에 이르며 수령은 600여 년으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전체가 뽑힌 상황이라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관련 전문가와 조치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나무가 다시 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보 제67호인 구례 화엄사 각황전 기와 일부와 보물 제396호인 여수 흥국사 대웅전 용마루(기와) 일부도 파손됐다.

또 전남 순천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내 민속마을도 중요민속가옥 3채를 비롯해 기와가 파손되고 초가들의 이엉이 벗겨지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

이밖에도 고창 멀구슬나무(천연기념물 503호)의 가지 2개가 부러지는 등 문화재청에 태풍 피해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