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지역 11개 시민·환경 단체로 구성된 '김포공항 습지매립 반대와 골프장사업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11월 한국공항공사가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골프장사업 부지 사전환경성검토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공대위는 분석자료에서 사전환경성검토 보고서 상의 동·식물상 조사시기가 2005년 9월 12~13일로 가을철 단 이틀간의 조사를 정확한 생태조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특히 김포공항 주변 습지는 겨울철새가 도래하는 지역으로 겨울 조사가 필수적인데도 가을 조사로 사전환경성검토를 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양서류 산란기인 3~5월 조사가 필수적인 맹꽁이의 경우 장마철 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시립대의 김포공항 습지 생태 조사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재두루미와 말똥가리, 큰기러기가 각각 12마리와 1마리, 25마리가 관찰됐다.

또 천연기념물인 황초롱이도 1마리 발견되는 등 모두 14종 146개체의 야생조류가 김포공항 습지를 서식지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위는 또한 공항공사가 골프장 규모를 18홀에서 27홀로 늘리기 위해 사전환경성검토 보고서에서 습지를 '초지'로 표시하고 부지의 57%를 차지하는 '논과 밭'을 지목변경해 14% 정도로 낮췄다고 주장했다.

공항공사가 골프장 조성사업 명분으로 제시한 항공기 충돌을 막기 위한 '조류 포획·퇴치 실적'에도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항공사는 2010년 한 해 동안 기러기 16만1330마리를 포획·퇴치했다는 자료를 제시했지만 이는 한강유역권에 도래하는 기러기류 개체수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공대위는 꼬집었다.

공대위 위원장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 자료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초롱이를 2011마리나 잡아 죽인 것으로 나와 있어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을 어기고 소중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항공사는 민간자본 1300억원을 유치해 2015년까지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과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일대의 김포공항 주변 습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국토해양부와 해당 지자체의 사업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대위는 "20년간 잘 보전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지역인 국유지를 매립해 골프장 장사를 하겠다는 공기업의 행태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태환경 조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감사원 감사청구 등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골프장 조성사업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pt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