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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비전인 자경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화재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
불 난 국립현대미술관과 길 하나 사이
숭례문 방화 후 방재시스템 강화 불구
목조건물 특성상 큰 피해 우려 초긴장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장 화재를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곳이 있다. 사고 지점과 4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경복궁관리소와 문화재청이다. 불길이 번졌을 경우 근정전을 비롯해 국보, 보물 목조문화재 수 채가 있는 경복궁이 무사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재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반쯤 궁궐과 능원 유적을 관리하는 문화재청 궁능유적과에 경복궁관리소장의 전화가 날아들었다. 미술관 신축 현장 화재 발생 보고였다. "관람객이 놀란 것 말고는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듣고 문화재청은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이어 대전에서 서울로 담당 주무관을 파견했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은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근정전 경회루 등 국보와 사정전 수정전 향원정 자경원 등 보물 목조 문화재가 몰려 있다. 불티가 날아들어 2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참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복궁내 보물급 이상 문화재 중 직선 거리로 화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목조건물은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양어머니 조 대비를 위해 지은 자경전(慈慶殿). 한 번 화재로 불탄 것을 고종 25년(1888년)에 복원했다. 경복궁관리소 관계자는 "자경전은 화재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어 크게 우려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검은 연기가 경복궁 내로 몰려들 때는 긴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복궁관리소에 다르면 경복궁 등의 문화재는 남대문 방화 사건 이후 방재시스템이 강화됐다. 주요 목조문화재마다 CCTV와 각 건물마다 화재감지기,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다. 화재가 감지되면 바로 인근 소방서로 자동 통보되는 연락체계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예방ㆍ조기경보 체계를 잘 갖췄더라도 목조문화재의 경우 일단 화재가 나면 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근정전만 하더라도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해 수관을 연장하는 수밖에 없다. 기와지붕 건물에 불이 나면 지붕의 기와를 전면 해체해야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데 대형 목조건물은 해체 자체가 어렵다. 설사 해체하더라도 근정전 같은 경우 경사가 60도 안팎이어서 소방 작업이 매우 힘들다. 현대미술관 화재에 경복궁이 가슴을 쓸어 내린 이유다.
한국일보 김범수기자 bskim@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