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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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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명절, 유두날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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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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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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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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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음력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요즘 대부분의 달력에는 음력이 표시되어 있지 않거나 되어 있더라도 작게 혹은 띄엄띄엄 구색만 갖추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즈음 달력에서 이십사절기는 물론이고 음력 명일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필자는 전공 덕분에 연말이면 받는 달력, 그 가운데에서도 일부 특정한 곳에서 보내주는 달력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것에 비해 각종 절기와 명절이 상세히 표시되어 있어 참고하기가 편리하다. 그런데 이 원고를 준비하면서 혹시나 하여 그 달력을 넘겨 보니, 다른 음력 명절에 대해서는 모두 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두날에 대해서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우리네 옛 명절이 거의 모두 요즈음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지만, 유두날은 더욱 잊어진 정도가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하지만 보름 명절의 하나로 유월 한여름에 즐기던 유두는 오랜 유래를 가진 것으로, 다른 명절이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유래된 것임에 비해 외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리의 고유한 명절이다. 조선 중기의 시인 이안눌李安訥은 유두일에 대해 “삼한의 전해오던 민간 명절 유두날에[三韓俗節流頭日]”라 하여 유두일이 우리나라 명절임을 말한 바 있으며, 또 “시골 풍속에 유두날이면 [鄕俗流頭日]”이라 하고 “나라의 풍속 유두날에 [國俗流頭日]”라고 하여, 거듭 유두가 우리나라의 명절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유두라는 뜻은 그 자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동쪽의 흐르는 물에서 머리를 감아 상서롭지 않은 것을 없앤다[浴髮於東流水, 除不祥]” 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가서 목욕을 한다[就東流水頭, 沐浴]”라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이는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유두날 술을 마심[流頭飮]’이라는 시의 주석에서 “나라의 풍속에 유월 열닷새 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상서롭지 않은 것을 없애고자 하였다. 이로 인하여 모여서 술을 마시는 것을 유두음이라 하게 되었다.”라고 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대표적 세시풍속서인 ‘열양세시기’와 ‘동국세시기’의 내용에서 모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 감는 것을 유두날의 가장 대표적인 풍속으로 소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두날에는 또 여느 명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풍성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여름철 명절 음식으로 단옷날의 대표적인 음식이 각서角黍였던 것에 비해, 유두날에는 수단水團을 만들어 먹었다. 수단은 일명 백단白團이라고도 하는데, 멥쌀가루를 빻아 물에 개서 구슬처럼 동그랗게 만든 뒤에 이것을 쪄서 익힌 다음 얼음물에 띄워 먹는 것이다. 그리고 수단을 구슬보다 작게 물방울처럼 만들어 먹는 것을 적분단滴粉團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동국세시기’에서 “수단을 일명 백단이라고 하고 정밀하게 만든 것을 적분단이라 한다.”라고 한 데에서 살필 수 있다.
조선 초기의 성현成俔도 ‘유두날 수단병水團餠을 마시면서[流頭日 飮水團餠]’라는 작품을 지은 바 있고, 권벽權擘은 또 ‘유두날 수단 떡을 생각하면서流頭日 思水團餠’에서 “지금은 바로 유두날인데, 오히려 수단 떡이 생각나네. 맷돌에 쌓이면서 옥가루가 날리고, 대접에 가득한 하얗고 동그란 떡을 씹는다. 벌꿀은 능히 맛을 더할 수 있고, 병의 얼음은 더욱 시원함을 돕는다. [正是流頭日, 猶思水餠團. 堆砧飛玉屑, 滿椀嚼銀丸. 崖蜜能添味, 壺氷更助寒. 亂離逢令節, 愁坐對空盤.]”라고 하여, 유두날 수단 떡을 생각하며, 그 만드는 과정과 모양 등을 상세히 회상하였다.
유두날에 더위를 피하여 흐르는 물을 찾아 머리를 감고 모여서 술을 마시며, 수단을 만들어 먹었던 일은 요즈음 사람들에게 별다른 의미와 감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 머리를 감고, 각종 모임과 외식을 수시로 가질 수 있고, 언제든지 좋은 술을 마실 수 있고, 수단보다 훨씬 시원하고 맛있는 음식이 얼마든지 있으며, 꼭 더위를 피하려고 한다면 에어컨을 켜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 유두날에 행해지던 일들이 단순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더위를 피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뜻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벗이나 가족과의 화합을 다지고, 액운을 미리 막아보고자 했던 준비하고 조심하는 마음이다. 삼복은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면, 유두는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이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유두날이 다가 온다. 지금에 와서 옛날 풍속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하고 늘 조심하던 그 정신은 본받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신을 본받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며, 전통을 현대화하고 올바로 계승하는 길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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