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내년 7월 착공” 승인 신청
문화재청 “현장조사뒤 재검토”
주한 일본대사관이 36년 만에 지금보다 연면적이 3배 이상 확장된 새 대사관 신축을 추진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일본의 핵무장 우려와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일본의 외교전략상 변화에 따른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 중학동에 있는 일본대사관은 지난달 말 종로구에 대사관 신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976년 들어선 높이 23.45m인 현 건물(지하 1층·지상 5층)을 허물고 35.8m 높이(지하 3층·지상 6층)의 새 대사관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연면적이 3604.8㎡에서 1만1358.9㎡로 3배 남짓 커진다.
해당 신축은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전제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 대사관이 ‘운현궁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포함돼 있어 건축물 최대 높이 30m의 제한을 받는데다, 경복궁으로부터 100m 이내에 있어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심의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사전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 종로구의 한 관계자는 “1~3m만 초과한대도 승인받기 굉장히 어렵고 민감한데 36m 정도를 짓겠다는 것으로 심의가 대단히 심도있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지난 13일 사적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장 조사 뒤 재검토하겠다’며 현상변경 신청 심의를 일단 보류했다. 사적분과위는 다음달 4일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결정을 할 예정이다.
일본대사관 쪽은 내년 7월 착공해 2018년 7월까지 5년 동안 공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축안이 허가될 경우, 임시이주 계획에 따라 1992년부터 현 대사관 앞에서 이어져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수요집회의 상징으로 지난해 말 대사관 맞은편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비(소녀상)는 수년간 ‘공사중 건물’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쪽은 “두세달 전부터 폴리스라인을 좁혀오는 등 수요집회 대응이 강경해지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집회도 통제되지 않겠느냐”면서도 “2000년 전후 대사관을 증개축할 땐 이사 간 건물 앞에서 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일본대사관의 이런 계획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외교부 실무자는 <한겨레>에 “일본대사관 신축 계획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증개축을 한 게 몇 년 전인데 또 새로 짓느냐”고 말했다.
<한겨레>는 일본대사관 쪽에 수차례 신축 배경 등을 문의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임인택 노형석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