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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황성동 유적에서 출토된 고래 뼈. 고래 어깨뼈에 해당하는 큰 사진 점선 안은 골제 작살이 박힌 상태다. 작은 사진은 고래 뼈에서 빼낸 골제 작살(위)과 고래 뼈 확대 모습. 복천박물관 제공 |
청동기 시대로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의 조성 시기를 신석기 시대로 올려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인수 복천박물관 관장은 1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곡천 암각화군 보존 학술조사 연구용역' 국제세미나에서 '동삼동 패총과 반구대 암각화'를 연계해 이런 주장을 펼쳤다.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기는 청동기 시대로 보는 것이 학계의 주류였다. 교과서에도 청동기 시대로 기술됐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로 보는 근거 자료가 빈약했고,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묶은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이 2010년 1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문제는 시대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림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조성 시기를 파악하는 과정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 신석기 시대로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기를 올려 잡아야 한다는 하 관장의 주장이 이목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 대곡천 암각화 세미나서 하인수 관장 주장
동삼동패총 사슴 선각문 토기 그림 근거로 제시
"고래뼈 출토, 신석기 시대 포경 불가론 재검토를"
하 관장은 동삼동 패총에서 출토된 사슴 선각문 토기 그림을 고고학적 근거로 내놓았다. 이 그림이 반구대 암각화의 사슴 그림과 닮았다는 것. 사슴의 앞다리를 몸체의 윤곽선에서 삐치는 것이나 몸체를 엉덩이 부분이 넓은 사다리꼴로 표현하는 등 양식적으로 같다고 본다. 특징만 과감하게 추출해 묘사하는 이런 양식은 사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청동기 시대 사슴 그림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하 관장은 사슴 선각문 토기의 형식적 특징으로 봐 기원전 3천 년 전후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덧붙여 반구대 암각화를 청동기 시대로 보는 주요 근거인 '신석기 시대 포경 불가론'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반구대 암각화에 나타난 대표적인 그림인 고래의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에는 전문적 포경 활동이 불가능했다는 학설이 대세였다. 포경 활동을 그린 반구대 암각화는 당연히 청동기 시대 이후로 봐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하 관장은 "동삼동 패총에서 나온 고래 뼈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바로 그 고래와 같은 종"이라면서 "동삼동 패총에서 대량 출토되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 뼈는 좌초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어로 활동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울산 남구 황성동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작살이 박힌 채로 출토된 고래 뼈도 신석기 시대 포경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자료다.
결국, 동삼동 패총 사슴 선각문 토기와 신석기 시대 포경 활동의 고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기도 청동기 시대가 아니라 신석기 시대로 올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대곡천 암각화군의 제작 시기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강봉원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도 하 관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강 교수는 "일부 연구자가 반구대 암각화에 개, 돼지, 소, 말, 염소 같은 가축이 새겨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농경사회의 산물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반구대 암각화에 보이는 육지동물 중에 사육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반구대 암각화는 철제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하기 때문에 조성 시기를 청동기 후기나 초기 철기 시대로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신석기 시대로 보는 것이 더 신빙성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국제세미나는 대곡천 암각화군의 뛰어난 세계 유산적 가치를 다면적으로 검토하고 이의 항구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