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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통의동 35-32번지 일대에 지어지고 있는 아름지기 사옥,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이사장은 홍석현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은 지난 5월4일 청와대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소유 주택을 ‘차기 대통령 안가’로 매입한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직후 청와대는 2011년 2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5의 20번지(대지 1천5백44㎡(4백68평), 건물 2백94㎡(89평)) 소재 전통 한옥 ‘삼청장’을 경호처 소유의 땅과 맞교환했던 사실을 시인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환했다”라고 해명했다. 본지가 제기했던 ‘올해 12월 선출될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2월 청와대에 입주할 때까지 머무를 ‘안가’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그렇게까지는 논의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다른 언론들이 본지 보도를 인용 보도하면서 여론의 반향은 뜨거웠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늑장 대응에 따른 국민 혈세 낭비와 재벌 언론인에 대한 특혜가 발견될 경우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당선인 안가’ 위해 청와대와 맞바꾼 땅

위는 2011년 10월 홍회장의 땅 발굴 조사 때 많은 유적이 출토된 모습. 아래는 2012년 2월22일 유적을 모두 치워버린 모습. ⓒ 황평우 제공
이후 청와대와 홍회장이 맞바꾼 국유지로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의 32·33번지(6백14㎡, 1백86평)뿐 아니라 종로구 청운동 89의 149번지(1천4백53㎡, 4백40평)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홍회장이 맞교환을 하면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상언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는 5월6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교환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없는 등가 교환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홍회장이 시세 차익을 올렸는지, 올렸다면 얼마나 올렸는지는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홍회장은 공매로 나온 삼청동 땅과 한옥 주택을 2009년 2월, 40억1천만원에 매입했다.

2008년 5월 한국감정원의 감정 평가액은 78억6천1백33만1천2백원이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1년 2월 청와대 소유인 통의동과 청운동 땅을 맞교환할 당시 통의동과 청운동 땅의 감정기관 평가액은 모두 97억2천3백10만원이었다(중앙일보 5월7일자 보도).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홍회장은 40억1천만원에 매입해서 97억2천만원에 맞교환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5월7일자에서 “양측이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교환했으며, 두 개의 공인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를 통해 삼청장은 96억4천50만원, 경호처가 제공한 통의동과 청운동은 각각 50억2천1백70만원과 47억1백40만원으로 모두 합쳐 97억2천3백10만원으로 평가되었다. 홍회장은 차액인 8천2백60만원을 국가에 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옥(삼청장) 보수 등의 비용으로 23억원 이상 들었으며, 교환 과정에서 특혜나 이득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청와대와 홍회장이 맞교환한 통의동 땅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있으며,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땅을 조금만 파내려 가도 다양한 유물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어서, 웬만해서는 지하층 건축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홍회장 땅에서는 지하 공사를 허가해준 것이다. “언론사 사주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회장 땅 공사 특혜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이다. 황소장은 2011년 10월, 통의동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 ‘우연히’ 발굴 현장을 보게 되었고, 홍회장의 부인 신연균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아름지기’ 사옥 공사 현장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문화재청에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 곳에 지하 공사를 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황소장은 지난 2월27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경복궁 바로 옆 통의동 35의 32번지 신축 건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선 시대 창의궁 유적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보존해야 했고, 설사 창의궁 터를 후대에 조사한다고 해도 지하를 못 파게 하는 ‘메트 공법’(지하를 파지 않는 공법)으로 지상 건물만 지으면 되는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발견된 유구(遺構; 옛날 토목 건축의 구조와 양식 등을 알 수 있는 잔존물)를 모두 이전하고 지하 공사를 하게 해주었다. 통의동 주변의 다른 음식점과 주변 주택이 재건축하려 할 때, 지하를 파려 하면 못하게 하더니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인근의 다른 지하 공사는 금지돼

기자에게 홍석현 회장의 땅 공사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실제로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 통의동 일대 다른 곳에서는 지하층 공사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굴 기관인 ‘중앙문화재연구원’이 2008년 12월 작성한 ‘종로 통의동 35-43번지 내 유적 발굴 조사 약식 보고서’에는 ‘조사 지역(35의 43번지)은 경복궁과 인접한 지역으로 조선 시대 영조의 잠저(潛邸;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사는 집)인 창의궁이 위치하였던 지역으로 건물지의 기단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되었다. 이들 유구는 창의궁 터의 일부로 보이며, 이 지역은 차후 전면적인 조사 계획을 수립하여 조사하도록 하고, 그 사이에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건물의 증·개축 등은 지하 구조를 설치하지 않는 조건에서 시굴 없이 건물 신·개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 통의동 35의 43번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35의 2번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중앙문화재연구원이 2008년 8월 작성한 ‘통의동 35-2번지 내 유적 발굴 조사 보고서’에서도 ‘해당 부지에서 확인된 유구는 현장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되며, 건물 개수와 관련된 공사가 유구가 확인된 높이보다 1백20cm 상부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건물 개·보수 공사는 진행되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 통의동 35의 43번지와 2번지 등은 지하 공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증·개축이나 개·보수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해당 지역에서 지하는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지상 공사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홍회장 땅은 어찌된 영문인지 지하 공사까지 할 수 있었다. 발굴 기관인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이 2011년 12월 작성한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5-32·33번지(홍회장 땅) 신축 건물 부지 내 유적 정밀 발굴 조사 약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지역은 조선 시대 효종의 넷째 딸인 숙휘공주의 부군 인평위(寅平尉) 정제현의 사저였던 곳인데, 숙종이 구입한 후 영조가 왕으로 책봉되기 전에 잠저한 동궁전으로 추정되는 창의궁 터이다.

이번 정밀 발굴 조사에서 조선 시대 전기~후기에 속하는 건물지 유적이 확인되었다. 그중에서 조선 시대 전기 건물지 기단 석열과 기초 석축의 잔존 상태가 양호하여 축조 양상과 증축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고서에서는 ‘조사 대상지에서 확인된 건물지 기단 석열 가운데 고고·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선정하고, 이를 신축되는 건물지 내에 이전·복원하는 방안을 수립한 후 사업 부지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여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구와 유물을 이전·복원한다면 지하 공사도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 조사 결과와 전문가 검토 회의 등을 거쳐 홍회장 땅의 지하 공사를 허가해준 것이다.

문화재청 “적법한 절차 거쳐 허가”

이에 대해 황평우 소장은 5월9일 기자와 만나 “발굴 조사 보고서만 보더라도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 지역인 통의동 35의 43·2번지보다 홍회장의 35의 32·33번지의 유적 범위와 종류가 훨씬 많고 뛰어나다. 그런데도 다른 곳들의 지하 공사는 못하게 하면서, 홍회장 땅만 지하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특혜이다”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홍회장 땅 지하 공사 허가 특혜 논란’에 대해 “아름지기 사옥 발굴 조사는 세 차례에 걸친 전문가 검토 회의와 매장 문화재 평가를 통해 유적에 대한 객관적 검토를 했으며, 최종적으로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장 유구를 이전·복원하게 한 것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2011년 2월 시행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홍회장 땅을 평가한 결과 57.76점이 나왔다고 했다. 이전·복원할 수 있는 기준 점수인 63.92점에도 못 미쳐서 지하 공사를 허가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08년도에 추진되었던 통의동 35의 43·2번지 등의 공사는 전문가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지하 공사를 할 수 없었지만, 2011년 2월부터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점수제로 바뀌면서 홍회장 땅에서는 담장 유구만 이전·복원하면 지하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결론 내렸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이 법률이 시행된 2011년 2월은, ‘청와대-홍회장’이 ‘삼청각-통의동 및 청운동’ 땅을 맞바꾼 시점이다.

검토 작업을 했던 전문가들의 자격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소장은 “창의궁 터로 추정되는데도 궁궐 건축 전문가가 검토하지 않았다. 전문가 네 명 가운데 선사고고학과 근대 건축 전문가가 검토했으며, 나머지 두 명은 발굴 회사 소속 전문가들이다. 다시 말해 네 명 모두 자격이 없다. 참석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은 ‘아름지기’에 자문을 자주 하는 전문가이다. 결국 시험 문제를 내고 자기가 푸는 형국이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삼성화재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 인사동의 한 건물을 헐고 신축하는 데 발굴 허가를 수주하기 위해 그가 속한 발굴 회사 대표가 영업을 하던 시점이었던 2011년 11월에 검토 작업에 참여했다. ‘삼성가’의 일을 수주하려고 하는 발굴 회사 소속 전문가가 제대로 검토를 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1910년대 지도를 보면 (홍회장 땅이) 창의궁 터일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 해도 선사 시대 등 시대별로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검토 회의를 가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검토 당시 한 전문가의 소속 회사가 삼성화재에서 수주를 받으려고 영업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그렇다 해도 그 전문가도 조선 건축 전문가이기 때문에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