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찌를듯 곧게 뻗은 소나무는 마치 전투에 나선 남이흥 장군의 용맹과 위력과도 같다. 이곳 충장사는 장군 사당과 묘역을 둘러싼 소나무와 대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절경을 뽐내고 있다.  
 

충남 서해안지역 중 가장 큰 변화와 도약을 하는 도시가 바로 충남 당진이다.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다수의 철강업체가 입주하면서 철강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사실 당진하면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비롯해 빼어난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다.당진시는 완만한 구릉지와 드넓은 평야지대다.

서산시와 예산군이 경계를 따라 내려온 가야산맥이 당진 부근까지 뻗쳐 아미산(峨嵋山)에서 서쪽은 준평원화 돼 이배산(離背山)·다불산(多佛山) 등의 잔구성 구릉이 발달했다.

그밖의 지역은 산이 없는 평지에 가깝다.

평지에서 부는 바람은 한없이 따사로운 봄 햇살과도 같지만 인정 없이 매몰차게 몰아칠 땐 한 여름 태풍과도 같다.

이런 이유에서 당진을 다니다보면 변화무쌍한 바람을 막으려는 방풍림이 곳곳에 심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거센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뿌리 깊은 소나무가 방풍림 역할을 하면서 당진시의 상징 역시 단연 소나무다.

이 때문에 당진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면 낙락장송이 우거진 소나무 숲이 절경을 이룬다.

당진의 충장사(忠壯祠) 역시 외세의 침입을 온몸으로 막아낸 선열의 굳은 충정과 수백 년의 세월이 묻어나는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당진시 대호지면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대호대교 방향으로 2㎞ 남짓 가면 호국정신이 살아 숨 쉬는 충신의 마을 도이1리에 도착한다.마을 안쪽에 위치한 충장사는 조선 선조-인조대 목민관과 무장으로 활약하다 생을 마감한 충장공 남이흥(忠壯公 南以興:1576-1627)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충장사에 들어서기 전 마을 입구에는 장군의 기개가 서린 듯한 커다란 느티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는 1982년 10월 당진시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충장사 건립할 당시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길을 따라 충장사에 다다르면 남이흥 장군 사당과 묘역을 둘러싼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특히 곧게 뻗은 소나무는 마치 전투에 나선 장군의 용맹과 위력과도 같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 수령 3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충장사 입구 느티나무.

◆조선 최고의 무장 충장공 남이흥 장군

남이흥 장군은 23세 때 부친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자 무술을 연마, 27세의 나이인 1602년(선조 35년) 무과에 급제한다.

이후 장연현감, 의주판관, 용천군수(종4품), 부령부사, 공흥(충청도)병마절도사, 경상우도 병사 겸 진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진주목사 시절에는 임진왜란으로 전소됐던 진주성과 촉석루를 복원했고, 45세 때 안주목사 겸 방어사 등을 역임했다.

남이흥 장군은 이괄의 난 때도 큰 공을 세웠다.

이괄은 인조가 등용시킨 충신이었으나 인조반정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관군은 4000명 정도 반란군은 1만2000명 되는 전황이었으나 남이흥 장군이 지위하는 정부군은 결국 난을 평정했고 조정은 진무 1등 공신 의춘군에 봉하고 숭록대부(종1품)를 제수했다.

그러나 충장공은 1627년 정묘호란 때 평안남도 안주성에서 청과 치열한 전투에서 생을 마친다.

이 전투에서 충장공은 아군의 10배 넘는 후금(後金)의 3만 600여 대군과 맞서 싸웠고, 결국 수적 열세에 밀려 중과부적으로 전세가 기울자 성안 화약고로 수천 명을 적을 유인해 폭사(爆死)시키고 자신도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그의 충절과 기개를 영원히 기억하라

자신의 몸을 바쳐 수만의 대군을 격침한 남이흥 장군에게 조정은 좌의정에 증직하고 의춘부원군에 봉했다.

1663년(현종 4년) 남이흥 장군에겐 ‘충장(忠壯)’이란 시호(諡號)와 불천지위(不遷之位)를 내려 대대손손 제사를 지내도록 명했다고 한다.

불천지위를 받으면 장자에게 그 지위가 세습되고 그 후손들은 신위를 옮기지 않고 영구적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이후 후손들은 매년 끊이지 않고 정월 스무하루면 제를 올린다.

이어 1667년(현종 8년) 불천지위 사당으로 충장사가 건립됐다.

현재 충장사에는 충장공 부친 남유(南瑜) 장군을 함께 기리는 남씨양세충신정각(南氏兩世忠臣旌閣)과 의령 남씨 종가고택인 수종재(守宗齋), 유물관인 모충관이 있다.

모충관에는 중요민속자료 21호로 지정된 충장공의 수많은 유품과 문중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세월을 간직한 고목의 깊은 울림

충장사가 위치한 도이리 일대는 충장공 증조 때부터 의령 남씨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충장공 장자 두극이 모친을 모시고 정착한 이래 의령남씨 충장공파의 400년 터전이 됐다고 한다.

수백년 세월을 간직한 충장사의 소나무 숲은 사당과 건물들을 감싸 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함이 느껴진다.

남씨양세충신정각 뒤편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배인 배롱나무(백일홍) 두 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경사면에 심어진 이 나무는 굵기도 상당하지만 곧게 자라기 위해 굽은 그 형태가 매우 인상적이다.

또 하늘을 향해 넓게 뻗은 수많은 가지의 무게를 버텨내기 위한 진화현상도 보인다.

이 나무를 올려다보면 울퉁불퉁 굽은 모습이 건장한 사내의 근육처럼 육중함이 느껴질 정도다.

외세의 침입에 맞서 목숨을 다해 충성을 바친 충장공의 기운 때문일까. 이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난세의 영웅이던 그의 충절과 기개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당 뒤편 남이흥 장군의 묘에 오르면 화분의 분재처럼 허리가 굽은 소나무가 있다.

이 소나무는 수령 500년이 넘은 노송(老松)이다. 노송은 기나긴 세월 속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스스로 허리를 낮춘다고 한다.

이 노송은 묘하게도 충장공의 충절에 감복한 듯 장군을 모신 사당을 향해 허리가 굽어있다.

몸을 바쳐 나라를 지킨 충절의 상징인 남이흥 장군의 살신위국 충의와 청렴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당진시는 매년 9~10월이면 다양한 체험행사가 어우러진 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남이흥 장군의 직계후손이자 당진문화원 향토사 연구위원인 남기은 씨는 “인조 임금은 국장으로 장례를 하도록 하고 입고 있던 죽음을 애통히 하며 입고 있던 곤룡포를 친히 장군의 관에 덮어줄 정도로 충신이었다”면서 “빼어난 자연 경관을 비롯해 그의 애국충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연차적으로 성역화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