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1호로 지정돼 있는 숭례문(남대문)의 화재 전 모습(위쪽). 보물 1호로 지정돼 있는 흥인지문(동대문)의 모습(아래쪽). (사진제공: 문화재청)

“전면 수정에 뒤따르는 사안 무시할 수 없어”

우리나라 국보 1호는 숭례문(남대문)이다. 또 동대문에 해당하는 흥인지문은 보물 1호다. 수년 전부터 논란이 돼 왔던 문화재 지정번호에 대한 문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올랐다.

논란의 중심이 된 결정적인 주장은 일제 조선총독부가 편의상 같은 장소에 있는 문화재끼리 묶어 지정한 번호가 올바르게 조율되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다.

조선총독부가 지정번호를 매길 당시는 보물만 지정됐다. 이는 ‘국권을 상실한 조선의 국보는 없다’는 일제의 논리가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조선총독부가 보물 지정한 목록에 따르면 보물 1호가 남대문, 2호가 동대문, 3호가 보신각종, 4호가 원각사지석탑 등이다.

지금의 ‘국보’와 ‘보물’로 나뉜 것은 1962년에 문화재위원회가 발족되면서부터다. 문제는 국보와 보물로 나눠 지정번호를 매길 때 일제 조선총독부가 편의상 붙인 것을 약간만 조율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물 1호였던 남대문은 국보 1호로, 보물 2호였던 동대문은 보물 1호로 지정번호가 변경됐다.

이에 일각에선 “우리나라 문화재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고 일제가 정한 방식에서 편의상 약간만 조율한 것은 일제의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밖에 안 된다”며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위상을 펼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유무나 현재 상태를 통한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편의만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 것이다.

또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제4장 제23조에 근거해 문화재위원회의심의 등 제반사항을 거쳐 유형문화재 중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에 대해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숭례문은 현존 도성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고, 건축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커 국보 1호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입장은 다르다. “일제가 지정한 일련번호를 사실상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년 째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문화재청은 “국보와 보물의 지정번호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면 개편에 뒤따르는 사안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보1호로 지정돼 있는 숭례문은 지난 2008년 2월 방화로 인해 석축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소실됐다. 현재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