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조망대에서 줄을서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관찰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
울산대 심포지움, '현상변경 가능' 주장… 문화재청ㆍ학계 '반박'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해법 찾기가 장기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침수로 암각화가 더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길을 돌리거나 제방을 쌓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하다는 새 주장이 나와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소장 김선주)와 공동으로 최근 미국 케임브리지시 찰스호텔에서 가진 '반구대 암각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암각화 주변의 현상을 바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라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고 7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한준희 박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반구대암각화와 세계문화유산의 조건'이란 주제의 논문을 통해 "(울산시민의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불가하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며, 생태제방을 쌓을 경우 디자인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 여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조사단에 현장조사를 의뢰해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주변 현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침수 원인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문화재청 및 국내 학계의 의견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 박사는 또 "반구대암각화가 세계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유적이라는 것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고, 2010년 1월 '대곡천변의 암각화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예비목록에 등재한 만큼 천전리각석에 대해서도 학문적으로 가치를 입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한 박사의 주장에 대해 "사연댐 수위조절이 근본 방안"이라며 당초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학계 등 전문가들은 반구대암각화와 인근 천전리각석 자체뿐만 아닌 주변 환경까지 포괄적으로 선사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다 살리는 것을 최선의 방안으로 본다"면서 "그러려면 현재의 환경을 그대로 보존한 채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게 최선인데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법, 즉 담수를 줄이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식수원 확보 방안을 놓고 10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소장 황평우)도 "한 박사가 어떤 전문성을 갖고 유로 변경과 제방축조 안에 대해 긍정적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가 발표한 논문 내용의 행간을 보면 단정해서 말한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번 국제심포지엄의 또 다른 참석자인 안동대 사학과 임세권 교수 등 학계는 반구대암각화의 주변 '현상'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임 교수는 "암각화 유적에서 특히 경관 보존이 중요한 것은 장소의 선택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것은 암각화를 새긴 사람들의 신앙과 관련돼 그것이 포함된 지리적 특징뿐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신성한 장소로 여기고 있는 사실의 중요성까지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렇듯 문화재청과 학계가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물길을 돌리거나 제방을 쌓자"는 입장을 펴온 울산시의 귀에 솔깃한 새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한국일보 목상균기자 sgmok@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