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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침식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국보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지형을 바꿔도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주변 지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침수 원인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것을 고수했다. 반면 문화재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민식수원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이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좁혀질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 교수)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소장 김선주 교수)와 공동으로 지난달 27일과 28일 미국 하버드대학 소재 케임브리지 시에 있는 찰스호텔 케네디홀에서 '세계 선사 및 고대 예술: 한국 울산의 반구대암각화'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평가전문가인 한준희 박사는 "울산시민의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불가하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생태제방을 쌓으면 디자인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 여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전문조사단에 현장조사를 의뢰해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반구대암각화가 세계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유적이라는 것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고, 지난 2010년 1월 '대곡천변의 암각화군'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예비목록에 등재한 만큼 천전리각석에 대해서도 학문적으로 가치를 입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한국고대사연구실장인 마크 바잉턴 박사의 사회로 암각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참가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영국의 대표적 암각화 연구자인 폴 밴 박사는 '세계의 암각화 구성으로 본 반구대암각화의 고래' 주제발표를 통해 "고래가 주요한 제재인 것이 특이하며 여러 계절, 다양한 활동, 여러 신화가 하나의 암벽, 그것도 수직 암벽에 표현된 매우 독특한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암각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스더 야콥슨 텝퍼 미국 오레곤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반구대암각화는 시베리아 타이가 지대부터 아무르 분지에 이르는 유적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얼굴상이 그려져 있는 등 독특한 구성과 표현양식을 보인다"고 연구결과를 밝혔다.
아프리카 암각화 연구자인 앤 솔로몬 박사는 "반구대암각화는 문화가 다른 집단이 같은 시기에 잇달아 암각작업을 한 결과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이라고 해석했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반구대암각화는 한국미술사의 출발점이자 한국 선사예술의 주요한 양식적 특징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바위 절벽을 신성한 제의공간으로 인식한 수렵․채집 집단이 주술적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제작한 종교예술의 명품"이라고 소개했다.
암각화 연구의 개척자인 임세권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샤먼의 주술지역이 사슴과 양을 치던 유목지역에서 어로와 수렵을 하던 한반도 동해안 지역으로 바뀌었지만, 반구대암각화에서 그 신앙 형태는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틀 동안 진행된 토론에는 동아시아 고고학 및 미술사 전문가인 하버드대 인류학과 로완 플래드 교수와 미술사학과 유진 왕 교수,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 파올라 데매트 교수, 포틀랜드주립대 미술사학과 이정희 교수, 그리고 유럽 신고고학 연구자인 프랑스 국립과학원 연구실장 앙리 폴 프랑크포르트 박사와 하버드대 초빙연구원이었던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박선미 박사가 참가했다.
하버드대출판부는 이날 발표된 연구논문 6편을 포함한 8편의 논문으로 전문학술서를 발간해 한국의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연구를 국제적인 연구주제로 부각하기로 했다.
박경신 울산대 부총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것도 커다란 성과이지만, 한국의 선사 및 고대 미술을 국제적으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지난해 10월 20일 동국대박물관과 울산대박물관, 울산시가 작성한 1972년, 2000년, 2008년 보고서 상의 반구대암각화 사진을 정밀 분석해 2000년 이후 훼손 속도가 2배나 빨라지고 있다며 보존대책의 시급성을 지적한 바 있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gogo@newsis.com
"반구대암각화 지형 바꿔도 세계유산 등재"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한 '반구대암각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암각화 주변의 지형을 바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반구대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주변의 지형을 절대 훼손할 수 없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울산시 울주군 사연댐의 물에 잠겨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의 보존방안으로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 조절을, 울산시는 시민의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지형 변경(수로변경이나 생태제방 축조)을 각각 주장하며 10년째 맞서 있다.
울산대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미국 캠브리지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평가전문가인 한준희 박사는 "식수확보 문제 때문에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불가하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박사는 또 "(암각화 위ㆍ아래쪽에) 생태 둑을 쌓을 경우 디자인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 여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전문조사단에 현장조사를 의뢰해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박사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전문 프로그래머로 세계 주요 문화유산 보존관리 현황을 파악하거나 세계문화유산 등재대상 유적과 경관을 현장 확인하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박경신 울산대 부총장은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보존논리가 맞서 사연댐에 잠긴 반구대암각화가 멸실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 새로운 보존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심포지엄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암각화 연구자 폴 밴 박사는 "반구대암각화는 고래가 주요 소재인 것이 특이하다"며 "여러 계절, 다양한 활동, 여러 신화가 하나의 암벽, 그것도 수직 암벽에 표현된 매우 독특한 유적"이라고 말했다.
또 에스더 야콥슨 텝퍼 미국 오리건대 석좌교수는 "시베리아 유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얼굴상이 그려져 있는 등 독특한 구성과 표현양식"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반구대암각화를 인류문화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했다고 울산대는 전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