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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공청회냐. 진짜 문화재는 바로 아이들이다." "밀어부치기식 학교 이전 즉각 중단하라."
경기 수원시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행궁 내 위치한 신풍초등학교 이전을 본격 추진하자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신풍초교 학부모들은 25일 오전 화성홍보관에서 열린 신풍초교 이전 공청회에서 "당사자인 학부모들이 학교 이전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갖는 공청회는 무의미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청회는 수원시의 화성행궁 복원사업 2단계인 우화관 복원에 따른 신풍초교 이전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학부모와 동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강력 반대 입장을 보인 학부모들로 인해 공청회는 초반부터 파행 위기를 맞았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공청회는 필요하지 않다" "공청회를 중단시키자"는 말이 터져나왔고 급기야 주민들이 사회자의 말을 가로막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수차례 계속됐다.
신풍초교 최순옥 운영위원장은 자유토론에서 "문화재 복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진짜 문화재는 바로 아이들"이라며 "아이들의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학교 이전문제를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풍초교 지킴이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숙씨도 "역사공부를 하러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수원시의 일방통행식 학교 이전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청에 질의해 얻은 회신문건을 들어보이며 "문화재청에서도 (자체)환수계획이 없다고 하는 마당에 과연 누구의 돈으로 이전비용을 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코미디같은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 이전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마치 역사에 죄를 짓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에 울분이 난다. 이렇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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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 역시 "수원시가 행궁복원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지역을 벌집 쑤시듯 허물어놓으면서 오후 8시만 돼도 인적이 끊기는 유령도시가 돼버렸다"며 "문화재 복원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결국 행궁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는 학부모들과 주민들의 집단 성토의 장으로 변질돼 1시간40분 만에 끝났다.
일부 학부모들은 토론 사회를 맡은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이 지역언론에 학교 이전에 찬성 입장의 글을 기고한 점을 문제 삼아 공청회의 객관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앞서 주제발표에 나선 (사)화성연구회 김동훈 이사장은 "116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신풍초교를 이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 복원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으며, 염상균 경기문화연구원장은 학부모들의 반발로 서둘러 발표를 마무리짓기도 했다.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차희상 신풍초교 총동문회장은 "백년대계를 위해 신풍초교가 도내 최고 교육특구인 광교에듀타운으로 이전한다면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명품학교로 거듭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한편 시는 조선 정조 때 지어진 우화관 옛 터에 들어선 신풍초교를 내년 2월까지 광교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nsj@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