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8개 전통사찰 대상 실시
사업비 총 2500억원 책정
전통사찰 보존 획기적 방안
투명성 확보 못할 땐 ‘재앙’

조계종총무원은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938개 전통사찰을 대상으로 2500억원이 소요되는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사업을 실시한다. 현재 사찰 화재 원인의 80%가 전기누전, 방화, 실화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전통사찰 보존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계종이 직접 시행업체를 선정하고 모든 예산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자칫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불교계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사업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있자 총무원 문화부(부장 진명 스님)는 4월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화부에 따르면 전통사찰에 방재시설이 일부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진화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목조건축은 화재가 발생하면 사실상 진화가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전에 예측해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종단은 2005년 낙산사 전소를 계기로 방재시스템 구상과 예산확보를 지속해왔고 근래 그 결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전통사찰에 시설하게 될 ‘전기화재 예측시스템’은 전기화재의 원인을 상시 감시하고 그것의 직접적인 원인인 아크와 스파크를 사전에 검출해 관리자에게 통보함으로써 화재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또 ‘지능형 통합 관제시스템’은 건축물에서 발생하기 쉬운 화재와 문화재 도난 등 각종 재해요소를 CCTV 영상분석, 재난 센서감지 등 지능형으로 상시 감시․분석․판단해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재난 관리시스템이다. 특히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원격 관리자에게 실시간 통보함으로써 재난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총 2500억이 투입되며, 사업비는 국비 1000억원, 지방비 1000억원, 자부담 500억원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올해에는 조계종 82개, 태고종 13개, 선학원 2개, 법화종 1개 등 총 98개 사찰을 대상으로 방재예측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이를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울 8개, 부산 5개, 대구 2개, 인천 2개, 광주 1개, 대전 1개, 울산 2개, 경기도 11개, 강원도 5개, 충북 7개, 충남 6개, 전북 11개, 전남 10개, 경북 14개, 경남 10개, 제주 3개다. 올해 사업은 전통목조건물 8~10개 기준으로 사찰당 2억5000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화부는 사업추진 방식과 인증업체 선정방식에 있어 공개와 투명성의 원칙을 견지해 나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문화부는 이번 사업체 선정과정에서도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해당업체의 기술력과 자산 등을 꼼꼼히 검토한 후에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29일 중앙종회 종책질의에서 한 종회의원은 40억원대의 자산을 지닌 업체 2곳이 2500억원대 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또 2개 업체가 올해 안에 98개의 사찰을 시공한다는 계획에도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이들 업체는 경험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다른 업체를 선정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종회의원 스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사업에 대한 우려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전통사찰예측시스템 구축이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조계종이 굳이 사업체를 선정하고 막대한 예산까지 집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다른 문화재 관련 사업에서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계가 시행하고 종단은 불교계의 요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게 아니었냐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고보조금을 잘못 사용해 문제가 불거졌던 과거 경험들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2001년 범어사, 2005년 화엄사와 관촉사, 2007년 은해사 등 국고보조금 유용이나 횡령사건이 끊이질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이번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조계종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불교계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와 맞불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조계종의 업체선정 기준 가운데 ‘불자기업(대표자가 조계종 신도증 소지자)’으로 한정한 점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불교계가 주관하는 사업에 불자기업을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불교계의 재정으로만 이뤄지게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80%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이러한 일각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달 안에 종회의원, 전문가, 전통사찰 주지 스님 등 12인으로 이뤄진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며, 향후에도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장 진명 스님은 “조계종이 주도하는 사업이니만큼 전통사찰에 적합한 통일된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종단이 신뢰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