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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바닷가. 가로림만 조력발전을 위해 매립될 곳이다. |
환경부, 기재부 추진 계획 세우고 국토해양부는 반대, 농림부는 가로림만에 굴양식장
“여의도 면적(2.9㎢)의 네 배에 달하는 11.3㎢의 갯벌이 사라질 것이다.”
“집단 폐사로 인해 바지락과 굴 양식이 점차 불가능한 지역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지난 2월9일 가로림조력발전(주)이 환경부에 제출한 3차 ‘가로림조력발전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再)보완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다.
사업시행자인 가로림조력발전이 조력발전소 건립에 따른 가로림만의 피해를 인정한 셈이다.
재보완 보고서를 분석한 충남도는 학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지난 달 15일 “(환경파괴 논란 등) 의문과 불신을 해소시키지 못했다”며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의견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도는 의견서에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분석기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대해 다시 조사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환경부는 담당 관계관 회의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여는 등 종합검토를 시작했고 지난 달 15일 열린 환경부의‘전문가 환경영향평갗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정종관 충남발전연구원 박사는 “관련업무 간부가 환경영향평가 자문회의(3차)는 이제 더 이상 없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조건부로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가로림만은 반폐쇄성 만(灣)이다.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는 자연 조건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개발 대상지로 거론돼 왔다. 만 입구의 폭이 좁고 조수간만의 차가 7m에 달해 조력발전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가로림조력발전(주)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2km 제방을 쌓아 520MW의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서부발전(49%), 포스코건설(32.13%), 대우건설(13.77%), 롯데건설(5.1%) 등 컨소시엄으로 구성됐다. 오는 2015년까지 1조22억원이 들어간다. 520MW의 발전용량은 태안화력발전의 1기(500MW)에 불과하다. 태안화력발전소 전체 발전용량의 2.75% 수준이다.
◆조력발전, 정부가 부추기고 반대하고=충남도가 재검토 의견을 밝혔지만 정부부처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도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환경부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신재생에너지발전차액제(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과 기존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를 재정부담을 이유로 2011년 폐지하고 올해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시행하는 것도 조력발전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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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림만 조력발전 조감도. |
발전사업자들이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과징금 등을 물어야 되기에 조력이나 풍력, 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 가운데 조력발전 건설비용이 연료전지나 태양광에 비해 1/3 또는 1/6 수준밖에 되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맞출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는 가로림만 외에 시화호(오이도-대부동), 강화(고목도-석모도), 인천만(석모도~영종도) 등 4곳에서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조력발전을 반대하는 부처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다. 국토해양부는 갯벌의 보존가치가 큰 반면 경제성과 타당성이 없다며 ‘전문가 환경영향평갗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가로림조력발전 바로 옆 태안군 이원지구에 30억원을 들여 10ha 규모의 갯벌참굴 양식장을 조성했다. 양식장은 앞으로 300ha로 늘어날 계획이다.
농림식품부가 바다양식장 사업을 위해 참굴 양식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는 바로 옆에 패류를 죽이는 조력발전 댐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조력발전이 시작되면) 죽펄(펄이 무릎까지 빠져 조개류가 폐사되는 지역)화 지역은 당초 22.2%(21㎢)에서 39.2%(37㎢)로 17.0%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또 “지금까지의 환경영향평가는 가로림만 내측에 국한 시킨 것”이라며 “전복, 해삼, 해조류 등 수산생물이 대량 서식하고 있는 가로림 입구쪽의 정밀조사(잠수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의견도 찬반 대립=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 달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와 가로림만 일대 문화재 전면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섭(54) 가로림건설반대 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바다는 농지보다 가치가 30배나 높다. 바지락이나 낙지만 캐도 하루에 15만원 이상 수입이 가능하다. 새만금과 시화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어민들의 생활터전인 건강한 가로림만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의 해양수산부 환경가치평가 연구용역에서 가로림만 갯벌의 연간 가치는 ㏊당 3919만원으로 전국 1위다. 또 5개 어항이 밀집해 있고 어업생산량이 연간 4000t에 달하는 충남지역 양식·연안 어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연합 상임의장은 “가로림만은 수 백년 동안 어민의 삶터였고 앞으로도 어민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터전”이라며 “이 지역에 발전소가 건립될 경우 수백년을 이어온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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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군 이원면 가로림만의 모습. |
조력발전 보상대책위원회는 3차 환경평가에 큰 문제가 없다며 조기 착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3차 영향평가의 핵심은 동절기 이 지역의 갯벌 퇴적량 변화에 대한 추가 조사다”며 “댐과 갯벌 퇴적량 순환에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인 만큼 무리 없이 승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4.11 총선에 나선 서산태안 선거구 여야 후보들은 “충분한 검토와 주민공감대가 있어야만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유상곤 후보와 민주통합당 조한기 후보, 자유선진당 성완종는 조력발전 건설에 반대의견과 함께 “시화 조력발전소를 사례로 상당기간 환경파괴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주민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건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세아경제 이영철 기자 panpan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