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 현장, 문화유산 교육의 장
덧집으로 둘러싸인 숭례문 내부 광경이 궁금하지 않은 이는 없었을 것이다. 화재로부터 여섯 달 여가 지난 2008년 8월, 광복절을 맞아 드디어 숭례문 복구 현장이 국민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번 복구는 유형의 결과물만을 공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최고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복구하는 과정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래서 숭례문 복구 현장은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보존 필요성을 공감하고, 우리 전통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뜻 깊은 자리이다. 복구 과정의 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함으로써 문화유산 복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다.

층층이 쌓여가는 내일의 역사歷史
성곽과 함께 한양도성을 방어하는 핵심적인 시설이었던 숭례문.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아 출입을 통제했다가 다음날 새벽 4시경에 다시 열었다. 그러나 숭례문이 단순히 출입에만 이용된 것은 아니었다. 가뭄이 심할 때는 기우제祈雨祭를, 장마가 계속될 때는 기청제祈晴祭를 지냈고, 국가의 시책을 백성들에게 공표하는 장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임금이 직접 숭례문에 나가 중죄인을 재판하고 벌하는 일도 있었으며, 사신使臣을 보내고 맞이한 장소 또한 숭례문이었다.

태조 7년(1398)에 완성된 숭례문은 세종 29년(1447)에 새로 짓고新作 성종 10년(1479)에 고쳐 지은重修 후 대한제국 말기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종이 강제로 퇴위되던 1907년부터 일제에 의해 좌우 성벽이 헐리면서 문만 따로 떨어졌고, 1961~1963년에 걸친 해체수리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2008년 2월 10일 밤, 화재로 일부가 소실된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복구 또한 숭례문이 걸어온 역사적 발자취의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숭례문, 비상飛上을 위해 날개를 펴다
복구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숭례문 대장간’이다. 복구 과정은 철저하게 전통 방식을 따르고 있어 대패와 끌, 정 등 전통적 도구를 직접 제작하여 목재木材와 석재石材를 다듬는다. 무뎌진 도구는 다시 대장간에서 다듬어 사용하니, 특히 학생들에게 이처럼 좋은 학습장도 없을 듯하다. 이에 더해 숭례문 복구는 ‘화재 전 모습대로 복구하고, 일제에 의해 훼손•변형된 좌우 성곽도 함께 재건再建하며, 기존 부재部材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원칙과 실천으로 숭례문은 국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특히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제강점기에 높아진 지반地盤 30㎝ 정도를 걷어내고 조선 후기의 지면 높이에 맞춰 복구함으로써, 숭례문이 키높이 구두에서 내려와 원래 제 키를 찾게 될 것이다. 이처럼 숭례문 복구는 형태 찾기는 물론 과정 자체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뜻하는 바가 크다.

숭례문 복구 현장 공개를 통해 숭례문과 우리의 상처가 점차 치유되어간다. 올해 말이면 숭례문은 새롭게 단청한 오색 옷을 입고, 언제나처럼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게 될 것이다.

글•류호철 안양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사진•김병구

출처: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