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ㆍ병충해에 신음..천연기념물 목도 상록수림

후박나무 200여그루ㆍ해송 400여그루 고사 위기

'이 섬의 상록수는 울산의 자연과 한반도의 난ㆍ온대 기후를 대표하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

정부가 1962년 12월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 앞바다의 작은 섬 '목도(目島) 상록수림'을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한 이유다.

그러나 이 섬의 상록수가 동해(凍害)와 병충해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울산의 기온은 영하 13.2도로 급강하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건강한 상태로 섬의 생태계를 지킨 후박나무 200여그루가 냉해로 잎에 작은 돌기가 생기거나 구멍이 뚫려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후박나무의 경우 추위 피해와 함께 페스타로치아엽고병, 식엽성 해충, 뾰족나무이, 방패벌레 등의 병충해가 심각한 것으로 울산시 울주군은 파악했다.

해송은 이 섬에 모두 400여그루가 자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솔껍질깍지벌레가 창궐하고 나서 10여그루가 죽었다. 올해는 10여그루만 살아 있고 나머지는 모두 말라 누렇게 변하거나 밑동이 잘려나간 상태다.

700여그루나 되는 동백나무의 생육 상태도 열악하다. 강추위 탓인지 꽃을 피운 나무가 1, 2그루에 불과하다.

벚나무는 빗자루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사계절 푸른 담쟁이덩굴인 송악, 대나무, 사철나무, 자귀나무, 팽나무 등 일부 상록수가 목도의 푸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목도 상록수림의 생태를 관찰한 국립문화재연구소 김효정 학예사는 27일 "후박나무는 올해 겨울 강추위에 약해진 상태에서 병충해가 번져 나무의 활력도가 떨어졌다"며 "추가 정밀 조사를 벌이고 다음 달에 방제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1992년부터 20년간 목도에 대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 것을 2021년 12월31일까지로 10년간 더 연장했다.

전체 면적 1만5천48㎡로 축구장 2개 크기에 못 미치는 목도 상록수림은 1980년대 말까지 영남지역에서는 유명한 섬 관광지였다.

동해안의 섬 가운데 유일하게 상록활엽수림으로 뒤덮인 목도에는 700여그루의 동백나무, 400여그루의 해송, 200여그루의 후박나무를 비롯해 사철나무, 칡나무, 송악, 팽나무, 자귀나무, 구기자, 멍석딸기 등 다양한 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다.

목도는 현재 정유공장, 유류 물질 이송 배관, 부두 시설물로 둘러싸여 대기공해에 노출되는 등 주변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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