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조사비 반토막..건설경기 불황 여파

 지난해12월 명동성당 증축공사 현장의 문화재 발굴조사 모습(자료사진)

조사단 허리띠 졸라매기..임금삭감에 구조조정

경제불황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매장문화재 발굴 분야에도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2005년 이후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지표·발굴조사 건수와 비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 걸친 발굴조사 비용은 1천745억원으로, 2010년 3천218억원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 통계치에 따르면 지난해 발굴조사 건수는 903건으로 전년도(1천92건)보다 크게 줄지 않았지만 발굴비용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발굴조사 전단계인 지표조사는 지난해 1천221건으로 전년(1천464건)보다 200여 건 준 데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비용은 2010년 136억원이었다가 지난해는 52억원 감소한 8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따라서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다 합친 비용은 지난해 1천829억원으로 전년도(3천354억원)보다 무려 1천525억원 줄었다.

이렇게 되자 그동안 규모를 키워온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업계도 위기감이 커졌다. 조사기관 간 과당 경쟁과 그에 따른 덤핑 수주가 잇따르는가 하면, 임금을 삭감하거나 아예 조사기관을 합병하는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지역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 A연구원 B원장은 "지난해 일감이 급감했음에도 그런대로 버틴 것은 그 이전에 수주한 발굴조사 물량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실상 올해가 시작일 것이며, 어쩌면 지금의 조사단 중 3분의 1 정도는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덤핑 발굴'은 매장문화재의 부실 발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김태식 기자

기사보기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showSearchArticle_New.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b%b0%9c%ea%b5%b4%ec%a1%b0%ec%82%ac%eb%b9%84&contents_id=AKR20120125168400005

문화재 발굴조사, 과당경쟁에 덤핑 수주까지
경기침체 여파..국가·공공기관이 '부실발굴' 조장 논란

  수중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영해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육상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태산문화유산연구원을 인수합병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전국적인 개발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이하 조사기관)이 어떤 형태로든 문을 닫은 것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국·공립 기관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활동 중인 조사기관으로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한문협) 정식 회원으로 가입한 곳은 1월 현재 57곳. 이들 기관 종사자는 약 2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만한 규모로도 전국의 발굴수요를 제시간에 충당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정한 면적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사전 문화재 조사를 해야만 하는 공사 시행업자들이 '문화재 때문에 망한다'고 아우성을 친 때가 불과 2-3년 전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건설 불경기로 이런 일은 조사기관 종사자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나아가 이젠 기관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문화재청이 26일 발표한 2005년 이후 연간 지표·발굴조사 건수와 그 비용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다 합친 비용이 지난해 1천829억원으로 전년도(3천354억원)보다 무려 1천525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년 사이에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락했다.

   영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한 문화재 전문조사기관 원장은 "이 상태로 가다간 올해 안에 조사기관 3분의 1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이렇게 되자 기관별로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A연구원은 직원 연봉을 15%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이미 지난해 많은 기관에서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연월차 휴가를 다 쓰게 했다. 올해는 무급 장기휴가 제도 도입을 계획하는 기관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일감의 급감은 다른 무엇보다 필연적으로 과당 경쟁과 덤핑 수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부실 발굴조사를 부른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예컨대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해 박물관 확장 예정지에 대해 낸 두 차례 발굴조사 입찰공고는 모두 '덤핑 수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차 발굴대상지 발굴비용은 문화재청이 정한 발굴조사비용 적정 산정가 표준인 표준품셈에 의하면 7억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은 발굴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낙찰 예정가를 3억2천900만원에 책정했다. 실제 B연구원에 낙찰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은 2억3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덤핑' 논란은 박물관이 2차로 고시한 발굴대상지 2만7천㎡에서도 반복됐다. 표준품셈에 의한 발굴비용은 9억5천만원 안팎이지만 예정가는 6억8천700만원으로 깎이더니, 실제 C연구원이 낙찰받은 가격은 표준품셈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5억4천500만원이었다.

   이런 과당 경쟁과 덤핑 낙찰은 LH공사가 발주한 행복도시 건설예정지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뤘다.

   표준품셈에 의한 비용 28억4천만원인 이 발굴은 26억7천만원 예정가로 공고가 나간 결과 무려 31군데에 달하는 기관이 응모했다. 그 결과 D연구원이 낙찰받은 가격은 19억7천만원. 표준품셈에 의한 가격보다 무려 10억원이 깎인 금액이다.

   이처럼 일반사업자도 아닌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부실 발굴을 조장하는 듯한 사태가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창균 한문협 회장은 "이런 사태는 결국 문화재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긴다"면서 "조사기관 자체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지만, 정부에도 이런 사태를 방조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순호 문화재청 발굴제도과장은 "최저가 입찰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문화재청에서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 부실 조사 논란을 막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서울] 김태식 기자

기사보기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showSearchArticle_New.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b%b0%9c%ea%b5%b4%ec%a1%b0%ec%82%ac%eb%b9%84&contents_id=AKR201201251793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