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층 한편에는 1946년 개관 이후부터 유물과 후원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들이 걸려있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하여 문화재의 가치를 모두와 공유한 사람들에 관하여 다루어 보려고 한다.

 

  

1.가장 많은 국보를 기증한 송성문 선생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성문종합영어’ 한권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문종합영어의 작가 송성문 선생이 우리나라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가장 많이 기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송성문 선생은 1967년 ‘정통종합영어’라는 참고서를 쓴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어 참고서를 제작했다. 그러던 중 1970년 우리나라의 다양한 서적들이 재생종이가 되거나 도배를 하는데 쓰는 것을 알게 된 뒤에 30년 동안 ‘성문종합영어’로 번 돈을 고서와 전적 수집에 썼다.

 

송성문 선생이 기증한 국보 제246호 대보적경

 

 

사실 그는 자신이 모은 문화재를 통일 이후 고향인 북한 정주에 박물관을 지어 진열하기로 했지만 생전에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그동안 수집한 문화재를 친자식처럼 돌보다가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03년 2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히고 불과 4일 만에 국보 4건과 보물 22건을 포함한 문화재들을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자신이 평생모은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송성문 선생 ⓒ매일경제

 

 

박물관에 자신이 수집한 문화재를 기증하는 결단을 내렸던 송성문 선생은 9월 22일 별세하였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뿐이었지만 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생애 최고의 결정을 한 것이라 기뻐했다고 한다.

   

 

2.문화재를 가장 열정적으로 수집하여 문화재단에 기증한 이병철 회장

 

 

외국인들은 한국이라고 하면 삼성이라는 기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은 평생을 기업경영과 함께 문화재 수집에 열정적이었다.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기를 대표하는 컬렉터 故 이병철 회장(왼쪽에서 3번째) ⓒ매일경제

 

 

호암 이병철은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를 대표하는 컬렉터로서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를 수집해왔다.

그러던 중 1970년대 미술관을 건립해 자신의 컬렉션을 공개하고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삼성미술문화재단에 자신이 수집한 문화재를 기증하고 1982년 개관한 호암미술관을 통해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병철 회장이 삼성미술문화재단에 기증한 국보 제139호 군선도

 

이후 현 삼성의 이건희 회장 부부의 컬렉션과 합쳐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신축하여

전시되고 있다.

 

과거 자신의 재산으로 한국의 문화재가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처럼

수많은 기업인이 국외에 유출된 문화재들을 경매를 통해 수집하고 있다.

혹자는 이것이 사치라고는 하지만 만들어졌을 때 한번, 가치를 알고 투자하는 사람들에 의해 두 번 태어나는 문화재의 모습에서 그들의 모습이 과연 비판만 받아야 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운 손기정 선수의 문화재 기증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어느 동양인 남성이 마라톤 우승을 하였다.

그는 조선의 손기정이었다.

당시 손기정 선수는 조선인임에도 일본국적의 선수로 나와 슬픈 모습으로 시상대에 올랐지만 그의 우승은 식민지배에 고통 받던 조선인들에게 자신감을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받은 손기정 선수 ⓒ 네이버캐스트

 

 

당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1등 우승자에게 청동 투구를 부상으로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손기정 선수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베를린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1986년에서야 손기정 선수에게 전달되었다.

손기정 선수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보물 제904호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1994년 11월 손기정 선수는 투구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다.”라고 말하며

국립중앙박물관에 그 투구를 기증하였다.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줬던 손기정 선수는 별세했지만 박물관에 기증한 투구를 통해 우리는 손기정 선수의 정신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위치한 기증관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는 기증받은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기증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재들을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존재하고 있고,

관람객들에게 모두 공개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문화재를 기증받아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를 관람할 때마다 기증자들의 숭고한 의미를 알아보는 것이

문화재를 사랑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참고문헌 : 명품의 탄생(이광표 저)

 

 

 

▲제3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신지호 기자(dicop25@naver.com
 

출처:문화재청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