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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청이 낙동강 철새도래지 일대에 총기사용 허가를 내줘 물의를 빚고있다. 강서구 둔치도에서 한 주민이 총을 들고 오리 포획에 나서고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제공 |
부산 강서구청이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의 일부 지역에 대해 매년 유해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나 철새도래지의 철새 서식환경을 크게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구청은 환경단체 등의 지적에 따라 뒤늦게 포획 중지 결정을 내렸다.
18일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농·어민 2명에게 강서구 봉림동 둔치도에서 오리류를 잡을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내줬다. 구청의 이 같은 조치는 둔치도 일대 미나리 경작지와 가두리 양식장이 오리류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민원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11월10일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엽총으로 포획한 오리류 숫자는 107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보통 철새들이 찾는 겨울철이나 멧돼지가 농작물에 피해를 줄 경우 한시적으로 야생동물 포획을 허가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둔치도 오리류 피해 민원
구청, 농·어민 2명에게 포획 허가 내줘
문화재현상변경 신청 안해, 뒤늦게 중지
문제는 둔치도가 문화재보호법 제13조에 따라 지정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문화재지정지역 외곽 경계 500m 이내)'으로 강서구청이 오리 포획 허가를 내주기 전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겨울철 철새들이 찾고 있는 낙동강 구포대교부터 가덕도 앞바다, 서낙동강과 맥도강 둔치, 둔치도는 문화재지정지역 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이 일대에서 야생동물을 잡으려면 반드시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고 심의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구청은 이 같은 절차를 매년 무시했고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환경단체가 구청에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둔치도 내 오리 포획을 중지 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 두 달간을 비롯해 겨울철마다 포획된 오리류의 피해뿐만 아니라 엽총 사용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다른 철새들의 서식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둔치도는 재두루미와 황조롱이, 말똥가리, 매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가 찾아드는 장소여서 구청의 섣부른 포획 허가가 더 큰 비난으로 돌아오고 있다.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은 "미나리꽝이나 양식장에 피해가 있다고 철새도래지에 엽총을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며 "이런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엽총을 쏘게 해준다면 철새도래지가 수렵장으로 변하지 않겠느냐"며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강서구청 관계자는 "엽총 발사 소음으로 오리를 쫓아내려고 했지 포획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고 일부 청둥오리들이 파편에 맞아 포획된 것"이라며 "천연기념물과 같은 보호종을 쏘지 않도록 사전에 총기 사용자들을 교육시켰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농·어민들도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백약이 무효'인지라 어쩔 수 없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총기 사용 허가를 받은 농민 A 씨는 "오리떼들은 하룻밤 사이에 1천 평(3천305.7㎡) 크기의 미나리꽝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어 우리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일보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