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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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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단비(서울 유형문화재 제1호)'와 함께 서있는 문화재밀반출업자의 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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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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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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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문화재밀반출업자 '배성관'
서울 장충단공원에는 장충단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호)가 남아 있다. 광무 4년 즉 1900년에 을미사변과 임오군란 때의 전사자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장충단을 설치하면서 표지석으로 세운 것인데, 비석의 전면에는 예필(睿筆) 즉 황태자의 글씨로 奬忠壇(장충단) 석자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민영환(閔泳煥)이 쓴 글이 따로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원래 장충단에 세워졌던 비로 지금 신라호텔 자리인 박문사(博文寺)에 있던 것을 지난 1969년에 다시 현재의 장소에다 이전 설치한 것이었다. 장충단공원을 들르는 사람들은 대개 이 장충단비만을 한번 쓱 훑어보고 지나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비석의 바로 주위에 매우 흥미로운 비석이 하나 더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장충단비 뒤편의 나무그늘 아래에는 두 점의 장명등(長明燈)이 놓여 있고 그 사이에 그리 크지 않은 비석 하나가 보인다. 비석의 앞에는 第一江山 太平世界(제일강산태평세계)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제일강산에 태평세계라! 이 비석은 과연 누가 세운 것이며, 마치 세상살이에 초연한 듯한 도인풍(道人風)의 구절을 여기에 남겨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 ▲ 장충단공원에 서있는 장충단비의 원래 위치는 신라호텔 본관 자리이다. 문화재밀반출업자가 개인적으로 세운 제일강산태평세계비와 두개의 석등이 바로 옆에 서있어 장충단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 역사복원신문 |
| ▲ 배성관이 개인적으로 세운 제일강산태평세계비와 두개의 석등 ©역사복원신문 | | | 처음부터 줄곧 이곳에 놓여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뒷면을 살펴보니 이 비석이 세워진 때는 단기 4296년 (즉 1963)년 5월 15일이고, 배성관(裵聖寬)이 근립(謹立)했다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배성관이란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할 테지만, 알고 봤더니 그는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 깨나 날렸던 골동상이었다. 이 계통에서는 명물, 괴짜, 기인이라는 호칭으로도 통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일제시대의 신문자료를 뒤지다가 진작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매일신보> 1935년 7월 11일자에 수록된 "골동상을 전전하던 신라시대 사리탑, 수만 원짜리를 기백 원에 팔어, 총독부서 국보지정"이라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 ▲ <조선중앙일보> 1935년 7월 11일자에도 골동상 배성관이 연루된 괴산외사리부도의 무단반출사건을 알리고 있다. 흐릿하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것은 석조부도의 하대석 부위이다. 참고로 말하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 사건 당시에 타케우치의 자택에서 촬영된 석조부도의 유리원판자료가 여러점 남아 있다. | | 신라시대의 풍치좋은 사리탑을 불과 수백 원에 전전매매 중 발견한 국보가 있다. 부내 남대문통 고물상 배성관(裵聖寬)이가 지난 6월 27일경 용인군에 거주하는 김성배의 중개로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349번지 김준형으로부터 높이 1장2척 가량되는 사리탑 한 개를 350원을 주고 사서 타케우치(竹內) 모에게 2천7백원에 전매를 하였는데 타케우치 모씨는 수만원의 가격이 있는 보물인 것을 알고 다시 중국에 전매하고자 하는 것을 총독부 사회과에서 탐지하고 지난 3일 오전 10시경 사회과 최속과 아리미츠 사와 등이 본정서(本町署) 니시자키 보안주임과 같이 현장 사리탑을 조사한 후 10일 보물가지정(寶物假指定)을 하여 보관케하였다.
여기에서 보듯이 충북 괴산에 있던 어느 석조부도를 무단반출한 장본인이 바로 배성관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그의 나이가 50대를 넘어선 상태였으므로 이미 골동상으로서도 상당한 경력과 연륜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350원 짜리로 사들인 것을 불과 며칠 사이에 10배 가까운 2천 7백 원의 가격으로 다시 일본인 골동상에게 떠넘긴 걸 보면 골동품을 사고 파는 솜씨도 꽤나 상당했던 것 같다.
배성관의 거래상대자였던 타케우치 모씨는 타케우치 야오타로(竹內八百太郞)를 가리키는데, 이 작자 또한 참으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1930년대 이후에 석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였고 일본과 조선을 자주 오가며 조선석공예품전관을 개최하면서 이를 판매수단으로 삼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그 시절에 타케우치가 만든 전시판매도록이 여러 점 남아 있는데, 여길 보면 조선전역의 묘지에서 뽑아온 것이 확실한 문인석, 무인석, 망주석, 장명등, 석양 등 석물의 사진 따위가 수두룩하게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성관이 가져온 괴산외사리부도가 만약에 타케우치의 수중으로 무사히(?) 넘겨졌더라면, 이것도 틀림없이 이른바 내지(內地)로 팔려나갈 운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거래는 재빨리 조선총독부에게 간파되었고 그 바람에 사리탑의 유출은 저지되었다. 더구나 괴산외사리부도는 1933년부터 발효된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에 따라 1935년 7월 10일자로 보물가지정 제1호가 되는 혜택 아닌 혜택을 입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를 통틀어 보물가지정 제도는 딱 3번만 발동되었을 정도로 그 자체가 그리 흔치않은 일이었다.
| ▲ <조선총독부 관보> 1935년 7월 10일자에 수록된 타케우치 야오타로 소유의 괴산외사리석조부도에 대한 보물가지정(寶物假指定) 고시내역이다. 일제강점기를 통틀어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에 따라 보물가지정 제도가 적용된 것은 사현사석탑과 금동관세음보살입상(니와세 소유)와 더불어 딱 세 번이었다. | |
이 사건으로 인해 골동상 배성관이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거의 같은 시기에 여러 차례 고적유물의 밀반출에 연루되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가령 1935년 8월에 발생한 경북 문경군 신북면 관음리에 있던 오층석탑의 불법거래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가 비록 이 사건의 주모자는 아니었지만 밀반출된 석탑을 처분하는 거래선의 하나였던 걸 보면, 그의 활동범위가 어떠했는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괴산외사리부도 간송미술관 흘러들어간 사연은!
이 대목에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석조부도가 결국에는 엉뚱하게도 간송 전형필선생의 보화각(즉 지금의 간송미술관)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조선총독부가 전례 없이 보물가지정 제도까지 동원하여 해외유출을 막았고, 더구나 한 달 뒤에는 현지조사와 더불어 총독부박물관으로 귀속할 것을 결정하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 ▲ 간송미술관 안에 남아 있는 괴산외사리석조부도(보물 제579호)의 모습이다. 1935년에 원위치에서 무단반출된 사실이 적발되어 조선총독부에 의해 직접 보물가지정(寶物假指定) 조치까지 내려졌던 것인데, 참으로 엉뚱하게도 이 석조부도는 결국 간송미술관으로 옮겨졌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 | 또 하나 매우 의아한 일은 괴산외사리부도가 보물가지정 직후에 이뤄진 소화10년도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회 총회(1935년 9월 23일)에서 신규로 보물에 지정될 65점의 지정예정물건에는 분명히 포함되었으나, 이것에 대해서는 끝내 정식지정고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총독부의 양해나 뒷거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괴산외사리부도가 보물가지정에는 아랑곳없이 간송미술관 안으로 옮겨진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전기 혹은 간송미술관 측에서 정리한 자료를 훑어보더라도 "일본인들이 석조부도를 인천항을 통해 빼돌리려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아 상당한 액수를 지불하고 문화재가 유출되는 것을 막았다"는 식의 구절만 나와있을 뿐 구체적인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 시절에 신문기사를 통해 알려진 내용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설명에는 사실관계가 어긋난 점이 많아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금은 그 내막을 물어볼 사람조차 남아 있질 않으니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처지이다. 당장에야 그저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어 보인다.
앞에서 보았듯이 골동상 배성관은 분명 골동품을 매매하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 같고, 따라서 치부에도 그만큼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가 그러한 실력을 발휘할 때마다 여지없이 이 땅의 고적유물이나 골동품은 무단으로 반출되고 또한 사방으로 흩어지는 신세로 전락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도 그의 골동품 매매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여전히 자기만의 독특한 거래방식과 배짱을 치부수단으로 삼아 나갔던 듯하다. 마침 <월간 문화재> 1973년 7·8월호에 수록된 이영섭 선생의 연재물 "문화재비화 내가 걸어온 고미술계 30년 (6) 기인 골동상 배성관"에는 그의 면모를 이렇게 그려놓고 있다.
1947년경 이야기. 우리 나라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들어서서 동대문 가는 전차길을 따라 소란스러운 남대문거리를 3, 4분 걸어가면 한국은행 못미처 대로변에 즐비한 번화한 점포들과는 대조적으로 온갖 골동 고물 잡동사니 할 것 없이 보기에도 너절한 물건들을 담프트럭으로 몇 차 실어다가 상점 안에다 무더기로 콱 부려놓은 것 같이 쌓여 있는 골동가게가 있었다.
벽이나 천장 할 것 없이 금세 벗겨 말린 노루가죽이니 알지 못할 짐승의 뼈다귀 기외(其外) 이름조차 모를 지저분한 물건들이 동굴 속에 매달린 박쥐 모양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도 기관(奇觀)이었지만 도대체 땅값 비싼 서울 장안 한복판에 이런 상점이 있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런 상점에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처음 보는 사람은 우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주인이라는 사람은 18세게 김홍도풍속화에서 금세 빠져 나온 것 같은 허수룩한 상투쟁이에 팔자수염의 노루같이 마른 반백(半白)의 노인인데 언제 지나며 보아도 나를 좀 보아달라는 듯이 상점 앞에 쪼그리고 않아서 거리를 오고가는 20세기 사람들을 한사람 빠트리지 않으려는 듯이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이 상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나 일정시(日政時)에도 서울에 몇집 안되는 한국사람 골동상인으로 일본인들이 경영하던 주식회사 경성미술구락부(京城美術俱樂部)의 주주이기도 하였지만 일본상인 간에도 하이세이칸이니 쵸무마게상(상투쟁이)으로 통하여 심심치않게 화제에도 오르락내리락한 주인공이다. 일본말 아는 것은 하이(네) 소리뿐이었다고 하나 장삿길에 있어서는 일본말 잘하는 사람 찜쪄 먹게 실속 차리는 서울의 명물노인 배성관씨가 바로 이 사람이다.
이 글에는 이것 말고도 그의 기괴한 모습과 특이한 상술, 그리고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무리없이 매매를 성사시키는 남다른 재주에 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으나 지면관계상 여기에다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의 절터는 거의 경작지로 변했고 이곳에는 당간지주만 홀로 남아있다. 당간지주가 서 있는 자리에서 동쪽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길옆에 괴산외사리석조부도의 원위치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정확한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것처럼 이미 숱한 유구들은 땅속에 덮혔거나 파헤쳐져서 사방으로 흩어진 상태이다. © 역사복원신문 | |
그런데 그의 행적을 아무리 훑어봐도 그저 세속적이고 돈 계산에 빠른 장사치의 모습으로 밖에는 비쳐지질 않는데, 그러한 그가 어쩌다가 제일강산 태평세계와 같은 뜻 모를, 하지만 오묘한 인생진리와 같은 구절을 새긴 비석을 남겨놓기에 이른 것일까?
그리고 환갑줄을 훨씬 넘긴 그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다시 <월간 문화재> 1973년 7·8월호에 수록된 이영섭 선생의 연재물에는 이러한 내용이 보인다.
"이북공산군의 남침에 의한 6.25 사변은 이땅에 이루 말로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의 비극과 상처를 남기고야 말았지만 남대문로 3가 100번지에 살고 있던 배성관 노인의 가정에도 예외는 있을 수 없었다. 운명의 신은 무자비하였으며 너무나 큰 상처를 그에게 안겨주고 말았다.
유엔군의 포격이 심해지자 배노인 내외는 육남매 자녀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다는 것이 근방 벽돌 2층집 구 상반(常盤, 도끼와)여관 지하실에 숨겨두었는데 직격탄이 터지는 바람에 불행히도 고스란히 아까운 어린 생명들을 한꺼번에 앗아가버리고 마는 결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이층점포도 순식간에 화염에 싸여 잿더미로 화하고 말았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이라고는 엉겁결에 들고 나온 도금불상 두 점과 서화 한 뭉치밖에 없었으며 이 비극 앞에 무력한 그는 땅이 꺼져라하고 발을 동동 굴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슬픈 생각가운데도 세월은 흘렀다. 외환은행이 생기며 그의 집터는 5000만 환에 팔렸으며 그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6.25때 잃어버린 육남매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서울 근교 봉원사(奉元寺)에 불당과 석불을 세우고 거액을 기증하였으며 불도(佛道)에 귀의하여 그 절에서 기거한다고 얘기 들었다.
드디어 그의 심경에는 크나큰 변화가 생기고야 말았던 것이다. 6.25사변 때 전화로 집을 홀랑 태워버리고 육남매를 잃은 후에는 그의 심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후 내가 배성관 노인을 인사동 네거리에서 만난 것은 1962년 맑게 개인 어떤 가을날이었다.
너무나도 변한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놀라기도 했지만 어쩌면 인생의 무상함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가 일평생을 소중하게 간직해오던 상투도 없어지고 면도로 밀었는지 스님의 머리모양 반들반들하다. 평생 영광의 면류관으로 생각하고 있던 백발의 관을 미련없이 벗어버린 것이다. 확실히 서울의 이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입고 있는 옷도 스님옷 비슷한 것을 보면 그는 속세의 때묻은 물욕(物慾)과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훨훨 몸에서 벗어버리고 인생의 본향을 향하여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오천만 환이라는 돈은 그 당시 거액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가 그렇게 생명같이 아끼던 돈 가지고도 인생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는 결국 한국전쟁으로 자식을 몽땅 잃어버린 끝에 인생무상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알고 보니 제일강산 태평세계도 그 자신의 염원과 심정을 역설적으로 토로한 구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주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일로 그가 너무도 세상살이에 달관한 탓인지, 그가 가진 많은 것을 여기저기에 기증하거나 사찰에다 시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위의 글에서 나오듯이 그는 거액을 희사하여 봉원사에 불상을 세웠으며, 특히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도 상당수의 군사관련유물을 기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월간 문화재> 1973년 9월호에 수록된 이강칠 선생의 "군사유물수집의 독지가 배성관(裵聖寬)씨"라는 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여길 보면 배성관 노인은 1959년 7월부터 1968년 4월에 이르기까지 모두 92점의 유물을 기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연령군신도비(延齡君 神道碑,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43호)가 이곳으로 옮겨진 것도 바로 이 괴짜 골동상의 기증에 따른 일이었다. 이에 관한 대목을 옮겨보면 이러하다.
| ▲ <월간문화재> 1973년 9월호에 수록된 골동상 배성관 노인의 모습이다. 다수의 군사관련 유물을 기증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1964년 11월 20일에 육군사관학교장 기념패를 전달받고 있는 광경이다. © 역사복원신문 | |
64년도 가을에 배씨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는 사진 2매를 내어놓으며 이것을 옮겨 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는 곧 연령군의 신도비인데 이를 자기가 구입한 것이나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차례 현지답사를 하여 현물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돌아온 후 현지조사와 관계기관에 조회한 결과 이는 영등포구 대방국민학교 교정 한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신도비였다.
이는 근세조선 제19대왕인 숙종의 아들인 연령군의 신도비인데 그는 동왕 25(1699)년에 나서 종친부당상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역임하던 중 동왕 45(1718)년 21세 젊은 나이로 요사(夭死)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숙종은 그곳에 장사하게 하고 그 다음해에 그 비를 건립하게 하였다. 그 후 1940년 그 묘는 충남 예산군 덕산으로 이장하였고 그 비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를 지닌 이 신도비라 배씨는 어떠한 절차로 매입하였는지는 불문하고 모든 조사를 완료한 후 마침 1967년 5월 삼군부청사를 사용한 바 있는 청헌당(淸憲堂)을 이건하여 군사박물관 고대관(古代館)으로 사용하게 되자 동 신도비도 이건할 것을 배씨와 우선 의론하고 모든 수속을 완료하여 문교부장관에게 상신하였던 바 동년 6월 14일자로 승인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중장비를 동원하여 현지에 이르러 작업을 실시하니 인근노인들의 노여움이 대단하였다. 그 이유인즉 이 비는 건립 이래 이 고장을 지켜주었고 도한 믿음의 대상이었다 한다. 또한 그 규모로 보아 그 장비로는 불가하니 공연히 상하게 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당시 그곳 관계기관과 전후사실을 설명하고 승인된 서류를 제시하고 협의한 후 노인들에게는 간곡한 설명과 이해를 시킨 후 작업을 계속하였으나 역시 이수와 비신은 이동이 완료되었으나 하부 귀호(龜毫, 귀부)를 이동하기에는 불가함을 느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모부대를 방문하여 의뢰하였던 바 쾌히 승낙을 받고 결과적으로 이동은 완료하였으나 이동작업이 완료되고 지표석(地標石)을 세운 후 관계기관에 이전결과보고를 하기는 동년 8월 16일자로 제출하였으니 약 2개월여가 소요되었던 것이다.
이것 말고도 혹시나 싶어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기증목록을 살펴보니까 여기에도 그의 이름이 보인다. 그는 1967년 2월 3일자로 청석제약(靑石製藥) 등 8점을 기증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가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8년이라고 하였으니 그야말로 인생의 막바지를 나름의 선행(?)으로 일관했던 셈이다.
철저하게 세속적이었던 골동상 배성관 노인이 뒤늦게 제일강산 태평세계 비석까지 새겨서 세상사람들에게 남겨놓은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혹여 그것이 제 자신으로 인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 이 땅의 문화재에 대한 속죄의 표시는 아니었을까?
(정리 : 이순우, http://cafe.daum.net/distorted)
원본 기사 보기:역사복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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