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짐승이 없어 말 기르기에 적합한 제주도
우리나라에 말이 출현한 시기인 구석기시대의 유적을 보면, 북부, 중부, 남부 지방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 이 시기는 중신세, 선신세로 본토와 제주, 중국, 일본까지 한 대륙에 속했으므로 제주도에서도 중국과 일본에서 발견된 3지마三趾馬 화석이 발견될 수 있으며 몽골마, 중국마의 마조馬祖인 프르제발스키마(Przewalski)가 제주마의 기원일 가능성이 있다.

또 기원전에 만주 서남방에 살았던 예 맥족의 과하마果下馬, 만주 중앙부의 부여夫餘와 남방의 고구려 3척마三尺馬를 사육한 것과 한반도에 들어온 동예(예맥족)도 과하마를 생산, 수출했다는 자료 등 북방 유목민의 의•식•주 풍습과 제주도를 비교했을 때 그 유사성 등으로 미루어 보아 제주마는 이들과 연계성이 있다는 학설이 있다.

2004년 2월 6일, 제주마에 대한 문화재청의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10월 9일에는 신생대 제4기 사람과 각종 척추동무발자국(천연기념물 제464호)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발표가 이루어졌다.

이를 토대로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발견된 사람과 말 발자국의 화석이 약 2천~5만 년 전의 것으로 판단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과는 달리 과연 어느 때부터 제주도에서 말이 서식하였으며, 그것이 고유종인지 본토의 과하마인지, 그리고 어떤 계통인지, 어떠한 전래를 가지고 있는지 고고학, 고생물형태학, 역사학등 여러 방면에서 더 연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물로 말을 진상하다
충렬왕 2년(1276)에 몽골에서 말 160필과 마 전문가들인 목호 (牧胡:Hara-chi)들이 탐라국에 들어와 현재의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일대에 몽골식 마목장인 탐라목장을 건설한 것이 제주도 목마장의 기원이다.

충렬왕3년(1277)에 목마장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동•서아막(東•西阿幕:Aimag:牧區:道縣)을 설치하였다. 동아막은 수산평에 설치되어 동부지역(동도, 정의)을 관장케 하고 서아막은 한경면 고산리에 설치되어 서부지역(서도, 대정)을 관리하였다. 조선시대의 마목장은 세종 11년(1429)년 경 제주출신 고득종 高得宗의 건의로 그 기반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종12년(1430) 2월, 도안무사 장우량에게 명하여 한라산 중턱 165리에 축장築墻을 쌓기 시작하여 성종 24년(1493)이전에 완성하였다. 이를 10개로 나누어 10소장(목장)이 설치되었고 각 소장의 둘레는 45~60리였다(제주도의 전체 잣성 길이는 600리). 잣은 고어古語로 성城의 뜻이며 제주도의 중산간의 소장(목장 : 목마장)경계에 돌들(겹)을 길게 쌓은 돌담을 말하며 이를 흔히 잣, 잣성城이라고 부른다.

한라산 고산지대(산림지대)에 쌓은 것이 상잣上場城이고 다른 소장의 계곡이나 산림지대로 흩어져 죽거나 찾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큰 하천을 이용하거나 돌을 쌓았는데 이를 선잣(간담)이라고 하며 이것이 각 소장과의 경계이다.

제주목마장 중앙 정부 감독 아래 관리
제주목장은 중앙최고 정책기관인 의정부, 병조 및 사복시 지휘감독 아래 전라감찰사-제주목사-감목관(제주판관, 정의 현감, 대정현감 겸임)-마감-군두-군부-목자 등이 계급적으로 배치되어 운영되었다.

조선시대 제주도 내 말 사육필수는 태조 7년(1398)에 4,414필(牛 1,914두), 세종 11~16년(1429~1434)에는 1만여 필이었다. 허나 죽은 말이 2,300여 필, 흠이 있고 체구가 작고 추쇄한 말이 3,000여 필 이었던 것은 수말牡馬이 실하지 않은 말의 사육 행정이 때문이다. 그리고 세종 27~28년(1445~1446) 9,792~9,780필이 사육되고 있었으나 새끼를 낳은 말이 1,160필, 손실된 것이 1,990필인 것은 가축을 치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은 까닭이며 다른 섬에서는 22,406필, 당나라에서는 70여만 필이 사육되고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상당히 비교가 되는 수치이다.

제주마는 세공품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바쳐 왔으며 세종 20년까지 계속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일시 중단되었다가 중종 7년에 150필, 인조 19년부터는 매년 200필과 산둔마 200필이 더 추가되었다. 조선 중엽까지는 말세공이 계속 되었어도 말 사육 필수는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만일은 조랑말 500필을 바쳐 종2품을 제수 받았다
조선 선조 27년과 33년(1594~1600)에 정의현 의귀리 김만일 金萬鎰은 전마(戰馬, 전쟁에서 쓰는 말) 500필을 국가에 헌납하자 조정은 헌납할 말을 사육할 목장을 10소장 내에 동•서별목장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또한 광해군 12년(1620)에도 500필의 말을 바침으로써 왕으로부터 헌마공신의 호와 숭정대부崇政大夫 오위도총부 부총관직五衛都摠府 副摠官職, 從二品을 제수 받았으며, 효종 9년(1658)에 그의 아들 김대길, 손자 김려가 전마 208필을 다시 국가에 헌마 하자 국왕은 동•서별목장을 산마장山馬場으로 만들어 목양케 하였으며 김대길을 산장 감목관에 임명하고 그 자손으로 하여 세습케 해 특유한 말 관리 기술이 전수되어 준마(駿馬, 걸음이 빠른 말)를 생산하여 어승마(임금이타는 말), 군마 등을 공물로 바쳤다. 그 뒤 고종 32년(1895)에 폐지 될 때까지 218년간 경주 김씨 문중에서 83명이 산마장 감목관을 역임하였다.

조선 왕조가 국력을 기울여 한라산 동남쪽기슭에 김만일의 동•서별목장을 발전시켜 산마장(山馬場; 녹산장, 상장, 침장)을 설치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또한 좋은 말을 생산하고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수출함으로써 제주도의 농경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제주마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포니Pony 품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목마장인 10소장과 산마장은 고종32년(1895) 공마제 페지와 공마를 금전으로 목마장에 목장세, 화전세를 신설함에 따라 목축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어 갔다. 일본강제침략에 의해 조직관리가 붕괴되었으나 제주조랑말은 22,500여 마리가 사육되었다. 제주조랑말은 매년 그 활용도가 줄어 사육두수가 1945년에 12,330두, 1980년에 2,401두, 1986년에 1,347두였다.

정부는 1980년 전후로 사육두수가 2,000여두로 줄자, 제주조랑말이 멸종위기라고 생각이 되어 1986년 2월에 수말 9두, 암말 55두(합계 64두)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하여 보호육성방안을 모색하게 이르렀다.

제주의 자연유산, 오름, 바다, 조랑말 드라마 제작
제주 조랑말에 대한 혈통 정립에 관한 연구 등 보존 및 활용가치를 찾는 노력을 하여 한국마사회는 1990년부터 제주조랑말 경마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생활체육의 활성화 됨에 따라 매년 승마인구가 증가되어 관광 체험승마, 승마대회, 지구력승마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또 건강웰빙식품으로 비육조랑말을 생산해 저지방 고단백질인 최고급 마육을 공급한다. 이에 따라 말 사육도 큰 폭으로 증가되어 2010년 사육농가 1,157호수가 총22,233두를 사육하고 있다.

제주의 전통문화인 목축문화는 제주도에서만 만날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유일한문화다. 제주마와 관련된 역사와 목축기술,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말, 소의 무사번영을 기원하는 백중제, 말놀이 굿, 탐라순력도의 공마봉진, 산장구마 등을 문화 콘텐츠 산업과 연계하여 다른 지역 또는 나라와 경쟁력을 겨루는 산업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또,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과 오름, 바다 등을 배경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조랑말 드라마를 제작을 하여 관광자원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마가 어우러진 삶의 공간들을 통해, 그것이 제주도의 자연자원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글┃사진ㆍ장덕지 제주마문화연구소장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