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광한루원

광한루원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고려시대 무신의 난(1170년)을 피해 남원에 낙향한 황감평이 일재(逸齋)라는 서실을 짓습니다. 그의 후손인 황희(黃喜, 1363~1452)가 양녕대군의 세자폐위에 반대하여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그 옛터에 광통루를 세웁니다. 이후 1444년 정인지가 누각에 올라 주변 경치에 감탄하여 “이 곳이 항아가 살던 월궁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가 아니던가! 하고 광한루로 고쳐 부르게 됩니다. 1582년 장의국은 요천의 물을 끌어다가 누각 앞에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가설하였고 정철은 전라관찰사로 재임하면서 삼신산(三神山 영주, 봉래, 방장산)을 축조하고 보수하였습니다. 한편, 광한루원는 정유재란을 맞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누각이 소실되어 1626년 남원부사 신감이 광한루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확장공사를 통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청허부를 들어서서 완월정에서 달을 감상하다.

광한루원이 월궁의 광한청허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문에는 청허부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문을 들어서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완월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완월정을 보고 광한루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완월정은 1971년 신축된 수중누각으로 달을 감상하기감상하기 위하여 지어진 곳인데, 누각의 이름은 옛날 남원성 남문의 완월루(玩月樓)에서 따온 것입니다.

남원8경 중 하나가 광한추월인데, 지리산 자락인 주천면 월봉산에서 달이 솟아오르면 그 달이 요천강변의 승월대 위로 떠오릅니다. 8월 한가위 보름달이 승월대 위로 떠오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요천과 광한루원은 달나라의 광한청허부가 지상에 재현된 것처럼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완월정은 판소리체험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전통혼례의 장소가 되기도 하며 춘향선발대회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2층 누각에 올라서 보는 광한루원 정경과 가을 햇볕이 따사롭습니다.

청허부와 완월정(상), 완월정에서의 판소리 따라배우기와 춘향선발대회 모습(하)

광한루원, 궁궐의 모습을 담다.

광한루원은 조선전기 궁궐의 조경을 옮겨 형태인데 광한루원의 증축과 보수에 참여했던 정철이 어려서 명종 임금과는 친구처럼 지냈고, 내직에 있으면서 궁궐에 자주 드나들어 궁궐의 조경을 익혀 광한루원에 접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회루(慶會樓 국보 제224호)가 정면 7칸, 측면 5칸으로 건물을 지었고 연못은 땅을 상징하는 네모로 파서 세 개의 인공섬을 만들어 삼신산을 조성하고 가장 큰 섬에 경회루를 짓고, 두 개의 섬에는 수목으로 처리하여 천체우주관(天體宇宙觀)을 반영하였다면 광한루는 양수(陽數)인 홀수로 짓되 경회루보다 두 칸 적은 5칸으로 짓고 누 앞에 은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삼신산을 조성하였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광한루원은 "바람의 화원”, “추노”, “공주의 남자” 등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광한루는 분합문을 달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사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고, 누각 정면과 측면 내부에는 광한루,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 ), 달나라를 상징하는 계관(桂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더불어 180여 수(현재는 80여 수)가 넘은 시인묵객들의 등루찬양시가 걸려 있어 광한루의 위용을 나타냅니다.

광한루에는 다른 누각과 다른 것이 하나 있는데 월랑이라는 계단입니다. 1879년 광한루가 점차 북쪽으로 기울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추대목이라는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으로 누각에 현관을 붙인 시초가 되기도 합니다. 누각이 기울어지는 것을 받치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 현관이 없을 때에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오르내렸다고 합니다.

광한루 전경과 측면의 호남제일루 현판(상), 교방청 공연 중 계관이라는 내부현판과 편액들(하)

광한루에 숨겨진 아픈 역사의 상흔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부터 1928년까지 18년 동안 남원재판소와 헌병 분견대 감옥으로 사용되어 돌기둥과 나무기둥 곳곳에 패인 홈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한때는 광한루를 개방하기도 하였지만 문화재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촬영이나 행사 때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광한루 위에서 그네 뛰는 춘향이를 상상하는 일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자라, 삼신산을 떠받치다.

광한루 앞에 은하수 모양의 연못에는 50m에 달하는 오작교가 있습니다. 오작교는 난간이 없는 무지개 모양의 홍예교(虹霓橋) 로 네 개의 구멍은 춘하추동 사계절을 의미합니다. 이 오작교를 연인이 건너면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작교에서 바라보면 먹이를 기다리는 잉어들이 있습니다. 잉어는 “등용문”이라는 고사를 떠오르게 하는데 황하강에 사는 잉어가 용문 협곡의 폭포를 통과하게 되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잉어도 언제가는 용이 되어 있을까요? 용은 몰라도 사람의 얼굴을 닮은 인면어들이 눈에 뜁니다.

요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과 오작교(상), 자라돌과 그네타는 아이(하)

광한루원에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이 있습니다. 삼신산은 영주(한라산), 봉래(금강산), 방장(지리산)으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러 보냈다는 전설속의 산입니다.

연못은 요천의 물을 끌어들인 것으로 당시의 토목기술 또한 엿볼 수 있는데요. 연못물이 가장 맑을 때는 2월 지리산의 잔설이 녹아서 흘러들 때입니다. 연못 어귀에는 거북으로도 보이고 자라처럼도 생긴 돌이 하나 있습니다. 삼신산은 뿌리가 없이 물위에 둥둥 떠 있는데 자라가 그 산들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돌을 거북으로 볼 때는 지리산의 동남풍을 제압하기 위한 힘을 의미합니다.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로새기다.

광한루원에는 이 밖에도 춘향사당과 춘향관, 월매집, 선취각, 비석군, 호석 등의 건물과 조형물이 있습니다.

광한루원은 1931년 춘향사당이 지어지고 춘향 제사를 모시면서 춘향제가 시작되어 2011년 81회 춘향제가 치러졌습니다. 춘향제를 통해 광한루원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세월의 뒤안을 돌아 나왔습니다.

올 해 춘향제도 많은 행사들이 치러졌지만, 특히 기억에 남은 행사는 명무이신 “민살풀이의 대가” 조갑려 선생의 헌무였습니다.

조갑려 선생은 제1회 춘향제향때 8살의 나이로 춘향 영정에 헌화를 하고 2회부터는 헌무를 선보였는데, 8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다시 선 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제자의 부축을 받아 무대에 섰지만 1분여 동안 홀로 단아한 몸짓을 선보였습니다. 혼자 서있기도 힘든 몸이었지만 춤에 대한 선생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감격의 순간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