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기 사업' 대한항공, 밀어 붙이는 까닭은?

대한항공,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축 논란 왜?<3>

▲ 대한항공이 추진하고 있는 경복궁 인근의 호화 호텔 대지 전경./문병희 기자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호텔을 포함한 문화복합단지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텔 부지는 바로 국내 굴지의 삼성이 개발하려다 포기한 곳이기 때문이다. 대그룹 삼성이 포기한 땅을 대한항공이 행정소송을 벌이면서까지 개발하는 데는 남들이 모르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 호텔 부지는 삼성이 포기한 땅

대한항공이 서울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한옥형 호텔을 포함한 문화복합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숙소 3만6,642m² 부지를 지난 2008년 2,900억 원에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였다. 이 부지는 삼성생명이 1997년 오피스 빌딩을 짓기 위해 미 대사관으로부터 1,400억 원에 매입했지만 부지에 건축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2008년 6월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에 매각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로 건축 허가가 제한돼 매각했다. 도시계획이 바뀌면서 애초 매입 때보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행이 어려워져 그만뒀다. 법적인 움직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건축제한이 있는 것을 알고 포기했는데도 대한항공이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13만7,400㎡·156객실)의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3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대한항공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밀어붙이는 대한항공, 믿는 구석(?) 있나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이 서울 중부교육청과 벌인 행정소송에서 패한 뒤 잇따라 나오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의혹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 호텔 건립의 걸림돌이 됐던 관광진흥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 통과를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개정 법률안의 관광진흥법 제 16조 6항이 신설되면 대한항공은 법적으로 호텔 건축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16조 6항에 따르면 학교보건법에 따른 학교환경위생 정화 구역 내에서도 사업 계획의 승인 또는 변경 승인을 받은 경우 유흥 시설을 포함하지 않는 관광숙박시설에 대해서는 관광숙박업체가 들어설 수 있다. 대한항공이 주장한 대로 호텔 내에 카지노와 유흥 시설 대신 문화 시설을 겸비하면 학교 근처에도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조윤선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관광숙박시설 확충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또한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법안은 서울 등 수도권의 관광숙박시설 부족 문제 해소를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항공 또한 외국인 관광객 숙소 부족을 호텔 건립 이유로 들고 있다. 발의안의 내용은 호텔업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은 경우 건축법 제 11조에 따라 건축을 허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호텔 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각종 개발 계획에서 결정된 건축물의 높이 또는 층수 완화와 용적률 완화가 필요한 경우 심의를 거쳐 완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교로운 것은 이 같은 법안들이 지난해 12월 행정소송 1심 패소로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이 무산되는 것처럼 보이던 분위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학교보건법상의 문제로 중부교육청과 2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학교보건법상 호텔은 교육환경에 지장을 주는 유해시설로 지정돼 있다. 학교로부터 50m 이내 지역은 절대정화구역으로 호텔 같은 시설을 절대 건립할 수 없으며 학교에서 50~200m 이내 지역은 상대정화구역으로 관할 교육청의 허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대한항공의 호텔 부지는 여학교와 200m 이내 거리에 있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을 위해 중부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중부교육청 측은 “인근 교육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급 호텔은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불건전 행위가 발생할 빈도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춘기 어린 학생들의 건전한 정서를 해치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상상을 부추겨 교육적인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대한항공이 항소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재판부의 현장검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종로구의회 안재홍 의원은 "유흥시설이 없다고 해서 숙박업소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는 눈뜨고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관광진흥법은 계류 중이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중부교육청과의 소송도 필요없어질 수 있다"며 "호텔 부지는 역사와 문화를 고려하고 공공성이 있는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이미 영업 중인 여관 근처에 학교가 나중에 이사를 왔다면 여관이 이사 가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관광숙박시설이라 해도 기존업소도 그런 판결이 나왔는데 이후에 들어오는 것이라면 학교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인근 여학교 관계자 역시 “학교에서는 계속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우려가 커 학부모회의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했다. 학교 앞에 호텔을 짓는 것에 대해서는 불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가 행정기관이 특정 기업을 위해 법 개정을 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텔이라고 계속 표현되고 있지만 복합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스포츠서울] 오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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