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축 논란 왜?
3년째 계속되는 논란 실체는?

대한항공이 대한민국 대표 문화재인 서울 경복궁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7성급 호화호텔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반대 의견이 상당하지만 이를 추진 중인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의욕을 꺾지 않고 있다. 호화호텔이 건립되면 문화재 조망권은 차치하더라도 근처 여학교들이 몰려 있어 학습권 침해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학교 인근의 호텔은 현행법상 엄연히 금지된 시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사업의지를 접지 않고 강행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사업 추진에 장애물이 되는 법을 초월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와 관련 논란의 중심에 그룹 호텔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1남2녀 중 장녀 조현아 전무가 있다고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왜일까. 이는 형제간 유산분쟁에서 망신살이 뻗쳤던 조 회장이 세 자녀의 몫을 일찌감치 정리하기 위한 교통정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포츠서울닷컴>은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논란의 실체를 3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 3년 동안 ‘뜨거운 감자’ 호텔 부지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곳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대 3만6,642㎡의 부지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이 부지를 2,900억원에 사들였다. 본래 전 미대사관직원숙소부지였던 이 땅은 2002년 삼성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 매입했지만, 건축 제한이 있는 것을 알고 대한항공에 되판 곳이다. 한마디로 삼성은 어렵다고 판단, 물러난 것이다.

또한 이 부지는 인근에 경복궁과 청와대, 북촌한옥마을 등이 위치해 있어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때문에 호텔 부지로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부지 관할 종로구청 관계자는 “호텔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멋있는 공원 등이 건설되기를 바라는 것이 종로 구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 자리에 지상 4층, 지하 4층의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을 포함한 문화복합단지를 세우겠다고 입장이다. 하지만 중부교육청이 호텔 주변에 학교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어 2년째 행정소송중이다.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지을 수 없는 현행법에 발목이 잡힌 대한항공은 관할 교육청의 ‘금지시설 해제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대한항공의 호텔 자리는 여전히 공사를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현장에는 대한항공 관계자 한명만이 부지를 지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지를 두고 공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계속 같은 상태로 있다.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여부도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학생도, 문화재도 무시하는 대한항공

호텔 부지가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다. 송현동 부지는 주변에 여학교가 세 곳이나 들어서 있어 교육상 숙박업소가 들어설 위치가 아니다. 실제 학교와 호텔 거리는 불과 10m 내외에 불과하다. 즉, 학교보건법 6조에 어긋난다. 현행법에서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인 학교 경계선 직선거리 200ｍ 내에는 호텔 등 학습 환경을 저해하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한공의 호텔 부지가 포함된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호텔 건립을 위해 중부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중부교육청이 현행법에 따라 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소송으로 맞섰다.

2010년 4월,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1심 패소 판결. 당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급 호텔은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불건전 행위가 발생할 빈도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춘기 어린 학생들의 건전한 정서를 해치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상상을 부추겨 교육적인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법원의 판결에도 물러서지 않고 그해 12월 제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0월28일, 중부교육청 측, 대한항공 측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검증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특급호텔 건립 반대여론은 비단 교육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도 많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호텔 부지는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100m 내외에 위치해 있다. 이런 곳에 호텔을 짓겠다는 것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또한, 호텔 터는 역사적인 자리로 유물이나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공공의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대한항공의 호텔 터는 2008년 6월 북촌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 난 곳이기도 하다. 지정목적은 북촌입구로서 역사문화 환경과 공공성을 고려한 계획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안재홍 종로구의회 의원은 “호텔은 불허용도 시설에 들어가지 않지만 공공성 측면에서 이를 용인하기 힘들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인 ‘북촌문화마을 가꾸기회’도 대한항공 호텔 건설 관련 부당성에 대해 지난 8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호텔 건설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북촌문화마을 가꾸기회는 11월 9일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에 제 2차 진정서를 제출하며 “대한항공은 건전한 사회 지향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 대한한공, “우리에게 포기란 없다(?)”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항공은 재판 승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공공성과 관련해 대한항공은 “학교보건법에서 호텔을 금지시설로 규정한 것은 30년 전이다”면서 “특급호텔이 들어서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공연, 전시 등 수준 높은 문화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텔 부대시설로 카지노와 유흥시설 대신 문화시설을 겸비해 공공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말도 안 되는 방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북촌문화마을 가꾸기회는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호텔에 갤러리나 공연 전시장은 부수적인 것이다. 대한항공이 호텔을 숙박시설인 유해시설이 아닌 무해시설임을 강변하는 본질의 왜곡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 시 10m 내외에 위치한 풍문여고에서 호텔 내부가 들여다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텔 주변에 나무를 심어 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35m 높이의 낙엽수를 호텔 주변에 심어 자체 차폐시설을 건립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보다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낙엽수는 겨울에 낙엽이 다 떨어지면 그만이다. 겨울 이전까지만 차폐 효과를 볼 수 있을뿐더러 나무를 심어 호텔을 막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경복궁을 포함한 주변 경관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같이 여론이 대한항공에 어렵게 돌아가는 가운데 돌연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특혜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 호텔 건설의 걸림돌이 됐던 관광진흥법의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두고 특혜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관광진흥법 제 16조 제 6항을 신설해 ‘사업계획의 승인 또는 변경승인을 받은 경우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를 두고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건축을 지원하고 있다"며 “특혜 시비까지일 정도로 지원해서 경복궁 옆에 호화호텔을 지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공사를 강행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거기다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 건설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 부족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의 숙박시설이 부족해 경기도까지 가서 묵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4대문 안쪽 호텔 객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7성급 호텔은 가격정책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반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에서도 장삿속이 내포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가 행정기관이 특정 기업을 위해 법 개정을 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 “호텔이라고 계속 표현되고 있지만 복합 문화시설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스포츠서울] 오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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