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물에 빠져있는 국보 반구대! 일단 꺼내고 보자! 멍청한 사람들아!

 물에 빠진 반구대암각화를 건져낼 해법을 10년 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울산시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과 관련 “당초 시가 검토해온 방향으로 (대통령이) 손을 들어줬다”고 기자회견까지 가졌으나 정작 정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갑윤(한나라ㆍ울산 중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반구대암각화 보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6일 오전 7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관련 고위 당사자들이 만나 조찬간담회를 갖는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차 울산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행사장에서 만났던 박맹우 울산시장은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이) 암각화 보존을 위해선 유로변경안이 바람직하며, 평소 그렇게 생각해 왔다”고 전하면서 “시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로변경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류 댐의 수원관리 문제에 따른 반복된 침수로 소실 위기에 처한 반구대암각화를 건져내기 위해 학계는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울산시는 물길을 바꾸는 방안을 놓고 10여년 간 팽팽히 맞서왔으나 이날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완전 가닥이 잡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부처간 협의는 지연됐고, 정부는 시가 제안한 유로변경안을 무시한 채 수문을 설치하는 수위조절안으로 확정한 뒤 설계비 3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 국회 상임위원회(문광위)까지 통과시킨 상황이다.

왜 이런 혼란이 생겼을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로변경안 관련 발언에 대해 박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과는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대통령이) 울산 방문 당시 유로변경안을 언급했으며, 이후 유관부처에도 이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라는 입장인 반면, 여권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번 간담회를 주선한 정 예결위원장도 “10일 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현안 간담회를 가진 뒤부터 문화관광부장관과 문화재청장 등을 상대로 끈질기게 울산시와 타협안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당초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면서 “16일 조찬간담회에서 시와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개진,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협의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암각화 보전과 식수 확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의 방침은 사실상 무산될 뿐 아니라, 시간적 제약으로 이번 18대 국회에서 암각화 보전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이미 수위조절안을 정책으로 굳혔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재청은 울산의 양대 국보인 반구대암각화(제285호)와 천전리 각석(제147호)을 묶은 ‘대곡천 암각화군’에 대해 2009년 12월 외교통상부를 경유, 유네스코에 세계문화 잠정목록 등재를 직권으로 신청해 지난해 1월 잠정목록으로 선정됐다. 세계유산 등재 실사에서 가장 중요한 통과 조건이 ‘원형보존’인 만큼 제방을 쌓는 등 ‘현상(現狀)’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6일 국회 간담회의 결론이 주목된다. 이날 막판 협의에는 울산지역 인사로는 박맹우 시장과 한나라당 시당위원장인 최병국(남갑)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남을), 강길부(울주), 안효대(동) 의원과 무소속 조승수(북) 의원이, 정부측에선 최광식 문화관광부장관과 육동환 국무차장, 김찬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목상균기자 sgmok@hk.co.kr